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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각막이식수술] 65번째 주인공 창원 김금선씨

“눈이 보이면 글 읽는 법 제일 먼저 배우고 싶어요”

[사랑의 각막이식수술] 경남신문·창원시·(사)울림·청아병원·마산 정안과

기사입력 : 2020-07-14 21:57:18

“눈이 보이면 가장 먼저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김금선(74·여·창원시 의창구)씨에게 세상은 초점이 어긋난 사진처럼 흐릿하다. 답답한 마음에 눈을 비비기도 하고, 몇 번이고 감았다 다시 떠보지만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기만 하다.

김씨는 어렸을 적 홍역을 앓으면서 각막에 손상을 입어 사람 얼굴은커녕 눈앞의 사물조차 제대로 볼 수 없다. 시력만큼이나 흐릿한 기억을 되짚어봐도 마지막으로 세상을 또렷이 본 게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김금선 씨

김씨는 25살에 결혼을 했지만, 남편이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들어 58살이 되던 해 다시 혼자가 됐다. 김씨는 남편이 죽은 뒤 6년간 병간호를 하면서 진 빚을 청산하기 위해 집을 포함해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 했다. 이후 여러 군데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생활했지만, 눈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현재는 5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아프지는 않아 불편함을 참고 살아왔다. 여의치 않은 경제사정 또한 김씨가 병원을 찾는데 걸림돌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안구 통증이 시작되고 백내장까지 겹치면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됐다.

김씨는 “눈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로션도 제대로 못 바르고, 유리는 보이지도 않아 유리문 같은 곳이 있으면 들이받기 일쑤였다”면서 “참다 못해 지난 1월부터 창원시내 안과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며 곧 실명할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되풀이되는 일방적 실명 통보에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김씨는 마지막으로 찾았던 마산 정안과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했다. 정기용 원장으로부터 ‘사랑의 각막 이식수술’ 제안을 받은 것. 마산 정안과는 지난 2006년부터 창원시, 경남신문, (사)울림 등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무료 각막이식 수술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정 원장은 “김씨의 경우 양쪽 눈에 각막 혼탁과 백내장이 다 있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김씨의 말에 의하면 생후부터 계속 이런 상태로 지내왔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면서 “다행히 백내장 수술과 각막이식 수술을 진행하면 호전될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김씨에게 수술을 권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먼저 받은 김씨는 이달 중순 각막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눈이 잘 안 보인다는 이유로 주위 사람들에게 멸시도 많이 받고, 글을 읽고 싶어도 한 번도 내 눈으로 읽어본 적이 없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제일 먼저 글 읽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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