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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계 없는 창원 만들려면- 이종훈(정치팀장)

기사입력 : 2020-07-22 20:27:39

창원, 마산, 진해시민이 108만 통합 창원시민이 되어 희망을 안고 출발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첫출발 때는 동남권 거점 ‘명품 도시’라는 자부심과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각각 다른 3개 지역색을 융합하는데 행정력이 집중되다 보니 도시경쟁력은 약화되어 갔고, 공들인 노력에 비해 지역 간 갈등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현재의 갈등 상황은 충분히 예견됐었다. 통합하는 과정에 국회, 지방의희, 자치단체장 의견만 있고, 시민 공론화 등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지방의회 의결로 전격처리했기 때문이다. 시명칭, 시청사, 야구장 위치 선정 등 사안마다 갈등이 발생하면서 통합 초기 4~5년 간 갈등을 해결하는데 행정력을 쏟아붓고 말았다. 자치단체 통합은 지역공동체의 문화, 역사, 경제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시민 공론화와 인식이 매우 중요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데다가 자치단체장들이 제각각 다른 어젠다를 가지고 시정을 이끌어 나가면서 지나치게 정치색이 들어가버린 것도 문제가 됐다.

이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새로운 산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소홀하게 됐고 당시 통합 명분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제시한 주민생활 편의와 행정효율성 증대, 그에 따른 행정 비용 축소, 지역 간 불균형 극복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각종 지표도 하락하고 있다. 통합 당시 108만 인구에서 104만명으로 줄었다. 실질 GRDP(지역내총생산)도 통합 당시에는 전국기초지자체 중 1위었는데 지금은 4위로 추락했다. 제조업 생산액도 2011년도에 56조원이었는데, 2018년도에 50조원으로 내려왔다.

특히 통합으로 인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손해를 봤다는 인식이 많으면서 창원시의회도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졌고, 소속 정당보다는 지역민심을 우선시하는 기형적인 정치행태도 나타났다.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다시 분리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분명한 점은 창원시가 더욱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달 초 ‘통합창원시 출범 10년’ 기자회견에서 창원시 장점에 대해 100만 이상 인구를 가진 매머드급 기초지자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 관료 태도가 다르다고 밝혔다. 기초지자체이지만 광역시급 인구와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은 대부분 대도시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창원시도 국가 차원의 투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실제로 최근 창원시는 수소산업, 재료연구원 승격 등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3개 도시가 마음까지 합쳐지기까지는 아직도 멀게 느껴지지만 창원시가 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융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창원을 창원답게, 마산을 더욱 마산답게, 진해를 더욱 진해답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지역과 지역의 경계를 넘고, 성장의 한계가 없는 하나의 도시 창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이런 구호가 다음 선거를 위해 정치적인 보폭을 넓히려는 수순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경계없는 창원을 만들려면 시장과 시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창원시민의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풍요와 더 나은 행복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진정성을 더 보여야 한다.

이종훈(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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