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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힘내라, 조선도시 거제-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차장)

기사입력 : 2020-07-23 20:30:00

거제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세계에서 선두를 다투는 대형 조선사다. 조선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거제시 전체 인구의 70%가 직·간접으로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다. 거제는 명실공히 조선의 도시다.

그런 거제가 눈앞으로 다가온 대량 실직 사태에 고심하고 있다. 올 하반기를 시작으로 해양플랜트 일감이 하나씩 소진되기 때문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의 마지막 해양플랜트 모듈이 올 하반기 인도를 앞두고 있고, 삼성중공업도 현재 건조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2기를 내년 상반기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이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은 대부분 직장을 잃어야 할 처지가 된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를 시추하거나 생산하는 거대 시설이다. 해양플랜트 1기를 건조하는데 달라붙는 일꾼만 1500~2000여 명에 이른다.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일감이 소진되면 일을 따라 다니는 소위 ‘물량팀’과 협력업체 근로자를 합쳐 최대 80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거제시가 내놓은 것이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이다.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은 거제시와 정부, 조선사,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용유지 방안을 찾자는 것에서 출발한다.

머리를 맞대 의견을 나누다 보면 외부로 나가는 물량을 붙잡을 묘안도 나오고, 거제시가 행정적으로 측면 지원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근로자들도 조금씩 양보해 거제시에 닥친 이 어려운 고비를 넘을 수 있을 것라는 게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상황은 쉽지 않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감이 핵심인데 없는 일감을 어찌 할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행정과 근로자, 지역 상공계, 시민들에 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적어도 이 어려운 고비를 손잡고 같이 넘어보자는 ‘의기투합’까지는 이뤄진 상황이다.

조선도시 거제는 지난 10년 동안 길고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혹한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었고, 일자리를 잃은 젊은 가장들이 용접봉을 놓고 거제를 떠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의 성공적인 구축으로 조선도시 거제가 숨통을 틔우길 바라고 있다.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이 조선산업 부활의 마중물이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온 거제가 손잡은 ‘의기투합’의 힘은 결코 적지 않다.

“힘내라, 조선도시 거제.”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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