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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구취- 조고운 (문화생활팀 기자)

기사입력 : 2020-07-28 08:08:39

너 때문에 내가 요즘 너무 괴로워. 코가 입에게 소리친다. 코와 입이 마스크 안에서 동고동락 한 지도 벌써 몇 달째다. 코는 1㎝도 안 되는 밀폐된 공간에서 입의 냄새를 여과 없이 들이마실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고통이다. 더군다나 입과 한 몸으로 지내온 지난 38년간 입의 냄새가 이토록 지독한지 전혀 몰랐다. 사실 그건 입도 마찬가지지만, 수치심에 숨을 얕게 쉬어볼 뿐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은 코로나19 시국, 둘은 함께 종일 마스크를 덮어야 할 숙명의 관계가 돼버렸다.

▼코로나19에 립스틱 시장은 죽고 사탕과 구강청결 시장은 살았다고 한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립스틱 매출은 28% 감소했고, 사탕과 구강청결제는 각각 32%와 22% 증가했다. 마스크의 일상화로 타인에게 보이는 입술의 아름다움 대신 스스로를 위한 입속 아름다움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약국에서도 구강청결 제품 판매가 늘고 있고, 입냄새를 호소하며 내과나 치과를 찾는 환자들도 증가 추세다.

▼호흡이나 대화할 때 입에서 나는 냄새를 입 냄새 또는 구취(口臭)라고 한다. 입 냄새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날 먹은 음식 때문일 수도 있고, 호흡기 질환이나 소화불량, 구강질환, 심리적인 질환 등이 요인일 수도 있다. 그동안 마스크가 없어서 조금 무심했을 뿐이지, 내가 관리한 몸 상태 또는 내가 먹은 것들의 결과물(?)을 스스로 감내한다는 맥락에서는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최근 가수 김희철이 악플러 수만 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선처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악플을 읽는 것은 ‘김희철 죽어라’를 하루에 100명한테 듣는 거랑 똑같다. 상처 줬으니 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니터 뒤에 숨어서 무책임하게 악담을 뱉어내는 악플러들은 그 말들에 찔리는 상대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상상해 봤을까. 악플러들에게 스스로 뱉은 냄새나는 말들을 그대로 돌려주는 신통한 마스크를 구해서 씌워주고 싶다.

조고운 문화생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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