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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모로코 (5)

골목골목 깃든 천년의 역사

페스는 이슬람 문화 꽃피운 모로코 종교·문화 중심지

기사입력 : 2020-07-31 08:11:22
‘테너리’라 불리는 천연가죽염색장 가운데 페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초우아라 테너리’.
‘테너리’라 불리는 천연가죽염색장 가운데 페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초우아라 테너리’.

모로코 여행의 꽃, 페스. 모로코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사하라는 못가더라도 페스는 꼭 방문한다. ‘시간이 멈춰버린 중세도시’라고 불리우는 페스는 모로코 북부에 있는 가장 오래된 도시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경주를 떠올려 볼 수 있다. 신라 왕조가 천년동안 경주를 수도로 삼았듯이, 모로코의 수도로 천년이 넘게 이슬람 문화를 꽃피운 곳이라고 한다.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수도가 다른 지역으로 바뀌었지만 페스는 계속해서 발전했다. 라바트는 행정수도, 카사블랑카는 경제수도 페스는 종교, 문화 중심지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이슬람왕조시대의 건물과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페스의 옛 시가지가 198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올드 메디나로 들어설 때 입구에서 페스를 상징하는 대문인 ‘밥 부즐루드 문’을 볼 수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밥 부즐렛으로 불리지만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외관에 새겨진 푸른색과 초록색의 문양 때문에 블루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안쪽은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록색이, 바깥쪽은 페스의 신문화를 상징하는 짙은 푸른색이 칠해져 있다.

9000여개의 골목 중 가장 이쁜 골목.
9000여개의 골목 중 가장 이쁜 골목.

페스의 구시가지 올드 메디나의 경우 9000개가 넘는 골목이 있다. 좁은 미로같은 골목에 적군이 들어올 수 없게 하기 위한 방어용으로 만들어졌고, 적군에 맞서 좁은 골목길을 이용한 게릴라 전법으로 싸우려는 의도였다 한다. 적이 들어왔을 때 길을 못 찾는 요새 구실을 했으며 외적 침입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존 방식이었다. 운송수단은 적의 침입을 막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도로가 아닌 길을 고집했던 것이다. 또 사막의 모래 폭풍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성벽을 메디나에 쌓았다. 미로의 좁은 골목에서 통행하기 위해 마주보는 집의 대문을 반드시 엇갈리게 배치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요새의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드 메디나를 관광할 때 로컬 가이드가 없으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현지인을 꼭 동반해야 여행할 만큼 복잡하다. 한번쯤은 이 골목에서 길을 잃을 때까지 돌아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참길 바란다. 인종이 달라 쳐다보는 시선을 무시하기 힘들고, 어떤 위험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또 하나의 재밌는 점은 바로 택시 당나귀이다. 올드 메디나를 걷다보면 가죽과 쌀, 가스 등을 이고 다니는 당나귀를 수시로 만날 수 있다.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골목마다 수많은 귀여운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푹 퍼질러 낮잠 자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면 절로 명상이 된다. 각양각색의 가게들, 초등학교, 가정집, 식당 유치원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말이 페스 올드메디나를 보면 알 수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좁은 골목에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세라믹, 황동으로 유명한 페스는 가게 안에서 퉁탕퉁탕 황동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예쁜 악세서리 하나를 사려는데 순박한 사장님이 황동판에 내 이름을 새겨서 건네준다.

페스 한 식당 안에서 발견한 귀여운 고양이.
페스 한 식당 안에서 발견한 귀여운 고양이.

페스에서 가장 유명한 가죽 염색 작업장 테너리를 방문했다.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종종 볼 때 페스의 가죽염색장의 장엄한 풍경은 나를 그곳으로 이끌게 했다. 올드 메디나에는 가장 큰 메인 테너리 하나와 소규모 테너리 2개가 있다. 여행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곳은 ‘초우아라’로 불리는 대형 메인 테너리이다.

황동을 두드리며 문양을 새기는 수작업중.
황동을 두드리며 문양을 새기는 수작업중.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가죽 가공 공정은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다. 형형색색 물감이 든 염색통마다 긴 장화를 신은 인부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들이 가죽을 정성스레 밟는 동안 다양한 색깔의 명품 가죽이 탄생한다. 가죽들은 흰색의 석회물 통에 넣었다가 다양한 색의 통으로 이동한다. 주의할 점은 전통 가죽 염색 과정에 심한 악취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가죽에 염색 연료가 잘 스며들게 하려고 가축의 배설물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코는 괜찮았다. 못 참겠으면 이때 가이드가 나누어주는 신선한 민트 잎을 코에 대면 견딜만 하다. 어떤 분들은 아예 민트잎으로 코를 틀어막기도 한다.

페스 메디나 깊숙한 곳에는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 알려진 알카라윈 대학교가 있다. 나는 21세기를 걷고 있는데 페스는 발길 닿는 곳마다 중세에 머물러 있다. 현재는 모스크로 쓰이고 있지만 당시 세계 각지에서 이슬람학, 언어학, 천문학 등을 공부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고, 학위를 수여한 최초의 대학이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숫자가 바로 알 카라윈 대학을 거쳐 유럽과 신대륙에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14세기 이곳의 도서관은 3만 권이 넘는 장서가 소장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학문의 역사에 빠지지 않는 곳인 만큼 방문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재는 가급적 그대로의 모습을 고수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수만 유지하며 지반과 구조를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쓰다보니 다시 한번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 페스를 방문하는 자, 모로코의 역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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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혜

△ 1994년 마산 출생

△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