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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아날로그- 주재옥(경제팀 기자)

기사입력 : 2020-08-03 20:26:26

미국 유명 토크쇼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아날로그 시계를 보여주며 시간을 묻는 실험을 했다. 대다수 학생이 대답하지 못했다. 디지털 시계에 익숙한 이들에게 아날로그 시계는 벽을 장식하는 그림 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스마트폰의 ‘통화’ 아이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날로그 전화기를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수화기 모양을 빗댄 이 아이콘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날로그가 부활한 사례도 있다. 2013년 러시아 정부 기관은 수동 타자기를 구입했다. 해커들을 피해 정부 비밀문서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아예 웹과 연결이 단절된 아날로그 타자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국방부 내의 긴급 상황이나 특별 사안에 대한 문서들이 수동 타자기로 작성돼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다. 2014년 독일 하원 조사위원회도 미국의 도청과 해킹을 피하려 수동 타자기를 사용했다.

▼데이비드 색스(David Sax)의 〈아날로그의 반격〉을 보면 디지털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엔 아날로그가 오히려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디지털 문물을 무조건 동경하지 않고 희소성이 높아진 레코드판, 종이수첩,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새로운 가치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의 귀환을 재촉한 셈이다.

▼SK텔레콤의 2G 서비스가 출시 25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T는 앞서 2012년 2G 서비스를 가장 먼저 종료했다. LG유플러스도 2G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01X 이용자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대상으로 ‘SK텔레콤 2G 서비스 폐업 승인 취소에 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2G폰에 대한 향수, 011과 017 고유번호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가 많다는 의미다. 작가 스티븐 킹은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아날로그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주재옥(경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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