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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53) 제주 불탑사 오층석탑(보물 제1187호)

적흑색 석탑에 밴 고려 해녀 숨비소리

기사입력 : 2020-08-03 21:44:21

귀 기울이면 절에서도 숨비소리 들릴까

물질 나간 해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먼 옛날 설문대할망

탑을 돌며 부른다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한 사찰인 불탑사는 여러 모로 의미가 있는 절이다. 원찰인 원당사(元堂寺)는 원제국시대 제주도의 3대 사찰의 하나였다고 한다. 제주 4·3사건 당시 가람 대부분이 파손됐으며 1953년에 재건됐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보수·확장 작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불탑사 오층석탑은 보물(제1187호)로서는 한국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기단부에서부터 상륜 부재(部材)에 이르기까지 모든 석재가 제주 화산에서 비롯된 현무암으로 제작됐다. 적흑색 화산석으로 만든 석탑은 이곳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다.

고려 때에도 바다에선 해녀들 숨비소리 끊이지 않고 들렸으리라. 생업을 위해 태왁을 들고 물질 나갔던 아낙들, 더러는 파도에 쓸려 돌아오지 못한 축도 있었으리라. 그럴 때면 불탑사 석탑을 돌며 간절히 부처님과 설문대할망에게 소원 빌지 않았을까. 망부석이 되지 못한 고려 아낙의 기원은 지금까지도 들려온다.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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