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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불법촬영 대책 ‘외화내빈’ 그치지 않기를- 김호철(사회팀장)

기사입력 : 2020-08-04 20:13:56

지난달 8일 김해 모 고등학교 40대 현직 교사가 학교 내 여자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처음 불거졌다. 경남도교육청은 불법 촬영 카메라 사건에 대한 취재가 쇄도하면서 다음날인 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 카메라 발견 사안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김해뿐만 아니라 창녕 모 중학교에서도 30대 현직 교사가 학교 내 여자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경남도민을 넘어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불법 카메라가 발견된 시기는 김해 모 고등학교는 6월 24일, 창녕 모 중학교는 6월 26일이었다. 두 학교의 불법 카메라는 교직원에 의해 발견됐으며, 즉시 경찰 신고와 교육청 보고가 이뤄졌다. 김해 교사는 구속됐고, 창녕 교사는 6월 29일 자수해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다.

현직 교사의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사건이 터지면서 학부모, 학생, 교사를 비롯한 도민들의 참담함과 분노는 솟구쳤고, 기자회견을 통해 연일 표출됐다.

지난달 12일 일요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를 시작해 13일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김해교육연대, 김해성폭력상담소, 14일 경남여성복지상담소와 40여 기관으로 구성된 경남시설협의회, 경남여성단체연합, 15일 경남교육연대, 16일 교육희망 경남학부모회 등 도내 각계 단체들의 기자회견과 성명서가 계속 터져 나왔다. 이들의 요구는 똑같았다. 가해자 엄벌과 근본 대책 마련이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지난 20일 오후 2시 교사 불법 카메라 설치 사건들에 대한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박 교육감의 공개사과는 지난달 8일 불법 카메라 사건이 언론을 통해 불거진 지 12일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김해 모 고등학교 불법 카메라 사건이 발생한 지는 거의 한 달 만이었다.

이에 앞서 박 교육감은 지난달 13일 도민과 기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월요회의 자리에서 교육청 간부들을 대상으로 사과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날 박 교육감은 음성 녹음 파일을 보도자료 형식을 갖추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노출시키며 ‘대도민 공개사과’로 대체하려 했다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교육감 공개사과 당일 김해 불법 촬영 A교사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근무했던 고성 모 고등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진심 어린 호소’가 잊히질 않는다. 이 학생들은 졸업생 1301명의 연맹 이름으로 8가지 조치와 대책을 교육감에게 요구했다. 이들은 “A교사는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 주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어야 했다. 하지만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이제 우리는 선생님이 혹시 우리를 몰래 찍지는 않을까,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진 않을지 의심하고 또 의심할 수밖에 없다. 어느 곳보다 안심할 수 있어야 할 학교가 불신의 공간으로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혹여나 내가 촬영되지는 않았을까 두려워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미래의 구성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부끄러웠고 어떤 말도 건넬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함이 들었다.

경남교육청은 학교 내 성폭력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다. 신속 징계, 불시 점검, 전담기구와 교육 강화, 외부전문기관과 협업 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화내빈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호소에 ‘진심 어린 응답’을 줄 수 있을지 기다려 본다.

김호철(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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