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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세력 다툼, ‘김해 동상동 파 vs 경기 안산 파’ 63명 검거

6월 김해 부원동서 발생한 고려인 집단 난투극 수사

경찰, 국내 체류 외국인들 세력 범죄 집중 단속 나서

기사입력 : 2020-08-06 13:09:33

김해 부원동에서 발생한 고려인들 집단 난투극이 도박장 상납비 갈등을 둘러싼 가칭 전국구인 ‘경기 안산 파’와 경남·부산의 ‘김해 동상동 파’ 간 패권 다툼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 세력들이 조폭과 같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6월 24일 5면 ▲김해 부원동 고려인 집단 난투극 발생 경찰 수사 중 )

경남지방경찰청은 5일 고려인들 사이 야구방망이나 골프채, 흉기 등을 휘둘러 서로 폭력을 행사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러시아와 키르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5개국 출신의 고려인 등 63명을 검거하고 그중 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고려인들 집단 난투극 CCTV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고려인들 집단 난투극 CCTV. /경남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 등 수도권에 본거지를 둔 A조직(경기 안산 파)과 김해 동상동 등 경남과 부산에 본거지를 둔 B조직(김해 동상동 파)은 지난 6월 20일 오후 10시께 김해시 부원동 한 주차장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A조직 일부 조직원들이 6월 13일 B조직이 운영하는 도박장을 찾아 도박장 운영 수입의 20%를 보호비 명목으로 상납을 요구했다. B조직이 이를 거부한 것이 난투극의 발단이 됐다. B조직은 다른 고려인이 운영하는 당구장 안의 한 방에다 테이블을 마련해 고려인 카드 도박장으로 운영하며 수수료 등을 챙겨 왔다.

A조직은 위력 과시를 위해 B조직의 도박장 주변 한 주차장에 흉기 등을 들고 집결했으며, B조직도 이 정보를 사전 입수해 해당 주차장에서 700m 떨어진 다른 주차장에 모여 조직원들이 흉기를 챙겼다.

B조직이 '패싸움'을 할 준비를 끝낸 뒤 차량 7대에 조직원들을 나눠 타고 와 A그룹이 모인 주차장을 들이닥쳐 둔기를 휘두르는 등 서로 난투극을 벌였다. 다만 직접적인 충돌은 2~3분에 그쳤으며, 현장도 10분 내 수습됐다. 주변에서 순찰 중이던 지구대 한 경찰이 외국인 무리가 모여 있는 것을 수상히 여겨 진압에 나서며 지원을 요청했으며, 주민들의 신고도 들어와 형사들이 일찍이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부상자는 2명에 그쳤다.


김해, 고려인 집단 난투극 사건 전말은?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부상자 2명을 포함해 18명을 현장에서 붙잡았으며, 이후 8명을 더 붙잡아 1차적으로 26명 신원을 확인했다. 이어 100여명으로 구성한 합동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확대, 남은 도주자 등을 무더기로 검거하면서 모두 63명을 체포했다. 전체 난투극 가담 인원은 A조직이 37명, B조직이 27명 등 64명이었다. B조직 가담 인원 중 1명은 아직 검거를 못 해 수배를 내렸다.

이들은 경찰 조사 초기에 당구장을 찾았다가 주차 시비가 붙었다는 등 이유로 세력 다툼 사실을 숨겼다. 경찰은 사전에 흉기 등을 준비한 점 등 증거물을 들어 범행 동기를 집요하게 추궁하면서 일부 자백을 통해 범행 사실이 모두 밝혀졌다.

가담자들은 대부분 수년 전부터 동포 자격이나 취업 비자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외 러시아 국적과 귀화한 사람이 각 2명이었다. 이들은 주로 공장이나 농장 등에서 일하며 생업에 종사하다가 필요에 따라 조직적으로 모여 움직였다.

A조직은 전국적으로 고려인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하거나 운영 업소의 수익금 일부를 상납받으며 세력을 확장 중이었으며, B조직은 해당 당구장을 비롯해 다른 카페 1곳에서 더 고려인들의 사설 도박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 세력이 공식적으로 조직폭력배 단체나 범죄조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조직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이들의 상납금이나 도박 수익금 등 범죄 수익 사용처와 다른 범죄의 가능성 등을 살피는 한편, 검거되지 않은 남은 조직원이나 유사한 다른 조직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청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 세력의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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