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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합 폐사, 자연재해 준하는 지원 필요- 최성보(전 마산수협 상임이사)

기사입력 : 2020-08-06 20:19:09

얼마 전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어업인들로부터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인근 바다에 양식하는 홍합채묘, 오만둥이 등이 폐사해서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평생을 바다에서 홍합농사를 지어왔는데 일부분이 아니라 대부분이 폐사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창원지역 특히 합포구 구산, 진동, 거제지역 등 남해안에서 생산하는 홍합은 우리나라 생산의 약 60%를 차지한다. 수십년을 바다와 어업인들과 함께 생활을 한 탓인지 지금의 현실이 내 일처럼 가슴 아프고 어업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쓰리고 아픈지 헤아릴 수 있다.

많은 인건비를 들여 늦봄, 초여름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 아래에 홍합채묘작업을 하느라 온몸이 새까많게 타고 힘들어도 술 힘으로 버텨왔던 날들이지만 가을, 겨울에 수확을 해서 자식 공부시키는 그 희망으로 참고 살았는데 어려운 경기에 바다농사마저 이렇게 되니 눈앞이 캄캄할 것이다.

이 또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한다. 태풍 등을 대비해 수협보험을 가입한 어업인도 있지만 이러한 집단폐사는 보험적용도 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7월 경남지역은 장마로 인해 창원, 고성, 거제 인근 수역에 엄청난 양의 담수가 유입됐고, 이로 인해 바다 층에 산소공급이 잘 되지 않아 일명 빈산소수괴 현상의 원인이 되면서 인근해역의 양식 생물인 홍합, 오만둥이 등이 전량 폐사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렇다면 이 또한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준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거제(칠천도, 가좌도 인근), 고성, 진동만, 마산만, 진해만 할 것 없이 양식되고 있는 수산생물의 줄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수확을 앞둔 홍합뿐만 아니라 가을겨울 수확을 위해 입식한 채묘까지도 폐사하고 있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악영향을 줄 것 같아 양식 어업인들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관계기관에서는 줄폐사가 진행된 후, 뒤늦게 빈산소수괴 발생통보만 어업인들에게 알려올 뿐 정확한 피해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도 앞으로 이러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범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와 협의해 원인규명과 대책을 세워서 어업인들의 생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령 등을 정비하고 제도화했으면 한다. 특히 홍합수산 양식업의 선도지이며 최대 물량 산지인 창원, 거제바다의 피해가 심각한 점을 감안하면 경남도와 창원시와 거제시 등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겹쳐 주 수입원인 양식생물의 집단 폐사로 인해 양식어민들의 생계가 위태로운 지경이다.

관계부처의 조속한 실태파악이 이뤄져, 정부부처에서 어업인들의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금이라도 지급되어지길 기대해본다.

최성보(전 마산수협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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