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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에 아수라장 된 화개장터 주민들 복구에 안간힘

화개장터는 2014년 화마 악몽에 이어 이번 수해재난까지

주민들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예보되어 앞으로 또 걱정"

기사입력 : 2020-08-09 16:40:40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32년 만에 화개장터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마을 전체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아수라장이 된 터전에서, 망연자실도 잠시 다시 살길을 찾으려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예보돼 앞으로 또 걱정이다.

9일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이틀새 429㎜의 ‘물 폭탄’이 떨어져 주변이 물바다가 됐었다. 화개장터 일대는 특히 화개천이 범람해 피해가 컸다. 화개공영버스터미널이 물속에 잠기는가 하면, 일대 상가 1층이 대부분 침수됐다. 이곳 주민들은 다행히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됐다가 구조돼 인명피해는 없었다.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탑리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날 이른 아침 화개장터는 물이 빠진 뒤 사람들이 되돌아와 복구 작업에 팔을 걷었다. 상인들과 주민, 소방대원, 자원봉사단체, 공무원 등 수백명이 힘을 모았다. 장터 입구부터 빨간색이 하동군 다목적 산불진화방제차가 섰다. 장터 안에 지게차와 트럭, 살수차 등 수해 복구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며 진흙탕을 치웠다.

이날 오전동안 장터 바닥은 씻어내고 씻어내도 계속 흙탕물로 범벅이었다. 상인들은 최소 2m 넘게 흙탕물이 들어찼었다고 했다. 화개장터가 장마로 침수된 것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저마다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낀 채 가게 안을 비우는 일을 계속했다. 탁자와 의자, 선반을 치우고, 도자기, 약재, 옷 등 파손되거나 흙탕물에 젖어 더는 못 쓰게 된 물건들을 모두 버렸다. 가게들 주변에는 쓰레기 더미들이 지붕 높이까지 쌓였다.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김승권 기자/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김승권 기자/

약재류를 파는 김외선(74)씨는 “평생 이리 물난리가 날지 몰랐다. 태풍이 올 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화개장터에 화마가 덮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또다시 큰 피해가 나서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상인들 대부분 화재 보험만 들었는데…”라고 했다.

그는 “아까워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내고 있지만 건질 게 없다”며 “그나마 가게가 안 날아간 게 다행인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이숙련(67)씨는 “화개장터는 불이 나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시 재난이 닥쳤다”라며 “장사를 언제쯤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난특별지역으로 지정을 해서 상인들이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오전 물에 잠긴 화개장터 화개공영버스터미널 주변./하동군/
지난 8일 오전 물에 잠긴 화개장터 화개공영버스터미널 주변./하동군/

화개교를 건너 버스터미널 일원도 침수 피해가 컸다. 특히 저지대 주택들도 상당수 잠겨 많은 이주민도 났다. 버스터미널이나 농협 하나로마트, 미용실, 철물점 등 온 동네가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1층이나 2층 주택 등 일부 가정도 살림살이를 챙기며 침수 피해 복구에 한창이다. 주민 이모(63)씨는 “주로 가게들이 피해가 컸지만, 저지대 주택이 침수피해를 본 곳도 있고, 가게에서 먹고 자는 사람도 침수 피해로 갈 데가 없어 걱정이다”고 했다.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탑리의 한 마트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탑리의 한 마트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집중호우로 침수된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날 낮에 화개장터 주차장에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사랑의 밥차’를 마련했다. 화개장터 일대 도로가 전날부터 통제되면서 이날 새벽에 일찍이 와서 따뜻한 밥을 짓고 이재민과 봉사자 등을 위해 700인분의 점심을 차렸다. 적십자사는 앞으로 복구 상황을 지켜보며 계속 지원을 이어가기로 했다.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주차장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적십자사 ‘사랑의 밥차’ 급식을 먹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9일 오후 하동군 화개면 화개장터 주차장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적십자사 ‘사랑의 밥차’ 급식을 먹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김승권 기자/

윤미자 적십자사 경남지사 총무팀장은 “일대 침수피해부터 단수나 단전 등 피해도 있다. 주민들이 든든히 챙겨 먹고 힘을 내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했다. 또 자원봉사에 나선 바르게살기운동 하동군협의회 백영희 사무국장(60)씨는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허탈함에 의욕이 없었다”며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쓸고 닦고 힘을 모으니 상인들 표정이 그나마 나아지고 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계속 응원할 것이다”고 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하동군 화개면에서 화개장터 상가 115동과 옛 화개장터 자리의 상가 30동, 알프스 장터 상가 50동 등 모두 195동에서 침수를 겪었다. 또 주민 130여명이 친척집이나 화개초등학교, 화개중학교 등에 대피했다. 더욱이 태풍 ‘장미’가 10일 경남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또다시 비상이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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