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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하동-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8-10 20:22:23

요한나 스피리의 동화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어릴 적 고전읽기 대회 참가 당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한 또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어서 금방 체화된 것 같은 감동을 지금도 생각한다. 아마도 50~60대라면 알프스를 얘기할 때 어릴 적 동화를 통해 접했던 하이디나 클라라를 떠올릴 이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알프스는 풋풋한 어린아이들의 사춘기 설렘과 향수를 담은 곳이자, 걷지 못하던 클라라가 하이디와 페테의 부축을 받아 두 발로 일어선 기적의 장소로 각인됐을 수도 있다.

그런 알프스가 하동군에도 있다. 군청사에 들어서면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슬로건이 ‘알프스 하동’이다. 산이 유난히 많은 지역적 특성을 스위스 알프스와 같은 청정관광지의 이미지로 승화하겠다는 바람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년층에게는 하이디와 클라라의 풋풋한 우정을 떠올리는 모티브로, 젊은 층에게는 푸른 산과 맑은 눈이 유혹하는 낭만의 향연을 상상케 하는 방아쇠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슬로건이 아닌가 한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알프스 하동 뛰면서 상상하라’는 자전적 에세이에서 하동에 알프스가 접목된 슬로건을 내세운 배경을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알프스 하동은 나의 이상향이자 도전에 대한 가치철학이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이루어낸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철도처럼 무한한 상상력으로 하동 100년 미래의 기적을 만들어가겠다는 나의 신념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69쪽)

하동 미래 100년의 큰 그림이 담겼다는 알프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것을 현실로 승화하겠다는 의지의 발로가 알프스인 셈이다. 그런 알프스에 프로젝트라는 단어가 붙었다. 이른 바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가설하고 호텔을 짓는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다. 해발 1115m의 지리산 형제봉 일대에 융프라우와 같은 산악 관광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계획의 골자다. 공공 150억원과 민자 1500억원을 들여 악양·청암면 일대에 15㎞를 달리는 산악궤도열차와 5.8㎞의 모노레일, 리조트형 호텔과 미술관도 세워 하동 지리산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조성한다는 게 하동군의 목표다.

세상 모든 일에 명암이 있듯 이 프로젝트가 어떤 격랑도 만나지 않고 순항할 리는 만무한 일이다. 국립공원 제1호, 봉래산(蓬萊山 금강산)·영주산(瀛洲山:한라산)과 함께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있어 삼신산(三神山)이나 삼선산(三仙山)으로도 불렸던 민족의 영산에 인위적 개발의 깃발을 꼽겠다는 데 반대 목소리가 없을 리 없다.

생태계 파괴와 청정환경 훼손의 우려가 반대 목소리의 중심에 서 있다.

비록 국립공원 밖이라고 하지만 생태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라는 목소리에, 중턱 이상의 산지 개발을 금지하는 현행 법(산지관리법)도 프로젝트 순항을 막는 걸림돌이다. 정부가 사회적 타협 방식인 ‘한걸음 모델’의 3대 과제로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선정해 찬반 양론에 대한 중재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상호 입장 차가 좁혀지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난 클라라가 다시 걷게 된 것을 기적으로 쓰고 있다. 기적은 상식을 넘어 기이한 일이라는 뜻이다. 클라라를 알프스 프로젝트로 대입한다면 여기에도 과연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인가 궁금하지만 하동으로서는 그게 참 절실해 보인다.

허충호(사천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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