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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침수' 댐 방류·계곡물·만조 악재 겹쳤다

집중호우에 댐 방류 급증한데다 지리산권 계곡물 대량 유입

노량해협 만조로 강물 배출 안돼

화개장터 32년 만에 침수, 왜

기사입력 : 2020-08-10 20:49:21

지난 2014년과 2015년 화재사고를 겪었던 하동군 화개장터가 이번 수해로 115개 점포가 모두 침수하는 피해를 입었다. 화개장터가 침수사태를 겪은 것은 지난 1988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마를 딛고 정상화 길을 걷던 화개장터가 다시 수해를 입으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침수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 8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된 화개장터 침수사태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침수 이전 상황을 되돌려봐야 한다.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하동군 화개장터 일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침수 하루 전 상황= 7일 화개면 일대에는 시간당 44㎜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에 영산강홍수통제소는 오후 10시10분에 하동지역에 홍수주의보를, 다음 날인 8일 오전 7시50분을 기해 홍수경보로 변경발령했다.

이런 가운데 하동 상류인 섬진강댐과 주암댐이 홍수 수위조절을 위해 방류량을 증대하면서 섬진강 하동방면 수량은 자연스럽게 늘었고, 육지로 부터 밀려드는 다량의 빗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은 상대적으로 열악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리산권 호우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쌍계사권 계곡물이 화개면 일대로 집중 유입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화개장터에 물이 서서히 차기 시작한 시각은 7일 오후 10시께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마 덮친 지 몇 년 됐다고... 야속한 하늘"

◇침수 당일 상황= 설상가상, 노량해협이 8일 새벽 1시께 만조에 들어섬으로써 밀려오는 섬진강 홍수물을 제대로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겹쳐졌다.

군 관계자는 “당시 노량해협의 만조 시 조차는 3.11m로 평소의 3.6m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는 하지만 섬진강 유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만조가 겹친 것은 불리한 조건이라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얘기다.

섬진강은 노량해협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곳이어서 바닷물 수위가 낮을수록 강물이 바다로 쉽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다. 만조로 바닷물 수위가 높아진 상황이라 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오랜 기간 섬진강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분석이다.

일부는 섬진강 상류에 홍수조절용 댐 2곳이 들어선 이후 섬진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유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하상에 퇴적물이 쌓여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도 하동지역에 쏟아진 빗물이 강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해한 요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허충호 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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