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계속되는 빗줄기에도 군민·봉사자 손길은 쉬지 않았다

[수해 현장을 가다] 복구 시작한 하동 화개장터

흙투성이 가전제품·가구 씻어내고

기사입력 : 2020-08-11 21:23:01

지난 2014년과 2015년 잇따라 발생한 화재로 점포들이 전소하는 아픔을 겪었던 하동 화개장터.

화마의 상처를 딛고 재기의 몸부림을 치던 115개 점포는 뜻하지 않은 물난리로 또다시 실의에 빠졌다.

11일 찾은 장터. 상점과 도로 곳곳에 복구의 열기는 가득하지만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진 장대비는 또 다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내린다. 우의를 입고 바닥에 쌓인 흙을 삽으로 밀어내고 강한 물줄기로 씻어내는 이들의 이마에는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가득하다.

11일 하동 화개 버스터미널 앞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수해현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하동 화개 버스터미널 앞에서 상인과 자원봉사자들이 수해현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구 화개장터 입구. 버스터미널 간판이 붙은 건물의 1층에 있는 중화요리집 앞에서는 점포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가스레인지 등 조리기구를 세척하느라 분주하다. 가게 앞에 내놓은 냉장고의 옆면에는 뻘이 가득하다. 침수 당시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해주는 흔적이다.

건물 내부에 소재한 점포들은 깜깜하다. 건물에 물이 차면서 정전이 돼 사흘째 암흑천지다.

건표고버섯 판매장을 운영하는 이시마(66)사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각종 전기제품을 들여놓지 못해 그저 손 놓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한전에서 내일이면 인입선까지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전기가 들어와야 정리하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사장은 “코로나 사태로 영업을 거의 못하고 있다가 휴가철을 맞아 전남 구례농장에서 재배하던 표고버섯을 가득 가져다 놓았는데 며칠도 안돼 이렇게 모두 젖어 버렸다”며 피해액이 수억원에 이른다고 하소연했다.

김부각 등을 판매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박경자(64)사장은 “지난 대화재 당시 피해를 보았는 데 이렇게 또 재해를 겪게 됐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박 사장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 김부각 판매대까지 물에 떠내려가 보시다시피 가게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며 “본격적으로 영업하기 위해 지난 주 토요일에 물량을 많이 들여놓았는 데 모두 사라졌다”고 허탈해했다.

화개농협도 판매를 하기 위해 관리해왔던 녹차 60t을 모두 폐기하게 돼 엄창난 손실을 보고 됐다고 귀띔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의 상점들에게 나타나고 있다.

9일 새벽 시장을 감싸고 있던 물이 서서히 빠지면서 복구작업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그간 이곳에서 반출한 쓰레기만 350t에 이른다. 하동군 관계자는 “현재 추세로 볼 때 최소 900t 이상의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구가 막막했던 화개장터는 군과 주변 단체들의 도움으로 점차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상인들과 공무원, 전국의 봉사단체와 사회단체, 정계 인사등 연인원 4000여명이 장맛비 속에 비지땀을 흘린 결과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9일부터 아예 현장에 상주하며 복구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윤 군수는 “현재 화개장터 내 상가가 200여개다. 상가당 1억씩만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피해액이 최소 2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상인은 “수재 소식을 듣고 전국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도움을 손길을 내밀어주셔서 큰 위안이 된다”며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빠른 시일 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허충호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허충호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