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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들의 축제 이대로 좋은가- 윤덕점(시인·사천문화재단자문위원)

기사입력 : 2020-08-12 20:15:16

축제 콘텐츠 개발연구 중간보고회에 다녀왔다. 축제의 발전방향에 대한 용역보고 진행사항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축제의 이름, 현황분석, 프로그램, 추진전략, 개선방향 등에 대한 긴 설명이 이어졌다. 많은 비용으로 용역을 줘서 가져온 내용일 텐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 개발연구가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세상이 극명하게 변하고 사람들 삶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연 일 년 후 또는 미래에 과거 우리가 누렸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주민화합형 축제니 관광형 축제니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겼던 그 요란한 야단법석을 다시 또 해야 할까?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만들었던 축제, 우리 시만 해도 10여 개나 된다. 특화된 무엇이 있는 게 아니라 네가 하니 나도 한다고 우후죽순 생겨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미래를 보고 더 큰 그림 속에 축제나 행정의 행보도 맞춰가야 할 때다.

비는 쉴 새 없이 몇 며칠 내리고 또 내린다. 곳곳이 물에 잠기고 수많은 동식물과 사람의 목숨이 거덜났다. 그래도 한켠에서는 축제를 연구하고 그 전의 일상을 꿈꾼다. 죽을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겠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지구의 모든 것들이 다 인간의 소유물이나 부속품인 듯 여기고 너무 함부로 살았다. 생명은 유한하고 이 지구는 우리 후대들이 이어받아 살아야 할 땅이다. 노자는 ‘숲에 가서 배우라. 고요히 시냇물을 바라보고 시냇물은 왜 구부러져 흐르는가. 물은 낮은 곳으로 부드러운 곳으로 흐른다. 낮은 곳을 채워주고 흘러 결국 지하수가 되고 만물들을 다 키우고 젖먹이고 사람을 먹인다’고 했다. 이 말은 흥청망청 물자와 정신과 시간을 낭비했던 우리에게 내리는 죽비소리다.

축제는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임에는 틀림없다. 그 본뜻이 그렇더라도 이제는 작고 소박한 것들에 귀 기울이고 눈 맞추는 잔잔한 축제는 어떨까? 축제소리에 자연과 우주가 놀라서 자지러지고 아파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하여 모두가 평화로운!

윤덕점(시인·사천문화재단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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