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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수재민 앞에서 4대강 사업 논쟁할 땐가-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8-12 20:15:30

역대급 장마와 폭우로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 때아닌 4대강 사업이 소환됐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과제였던 4대강 사업의 홍수 조절 효용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은 섬진강 인근에서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섬진강이 사업에서 빠진 탓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창녕 제방 붕괴를 들어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해 피해를 유발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뜬금없이 이 논란에 가세해 이번 폭우 피해와 관련해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4대강의 하천 바닥을 파내고 강둑을 높인 뒤 대형 보를 설치해 홍수 피해도 막고 가뭄도 예방하겠다는 목적으로 한 사업이다. 애초 섬진강도 사업 대상에 포함됐지만 당시 야당과 환경관련 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빠졌다. 4대강 사업은 그러나 완공 이후 매년 ‘녹조라떼’로 상징되는 수질악화 논란이 일었으며, 역대 정부에서 수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금강과 영산강 등지의 일부 보에 대해 해체 작업이 시도돼 해체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핵심은 만약 4대강 사업을 안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기록적인 폭우에 4대강 유역이 어떻게 됐을까로 모아진다. 미래통합당은 4대강 사업 덕분에 4대강 유역은 피해가 훨씬 덜했고, 만약 당시 4대강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올해와 같은 물난리를 좀 더 잘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올해 물난리는 이상기후에 따른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4대강 사업이 피해를 줄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4차례에 걸쳐 실시됐지만 그 결과가 매번 조금씩 달랐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실시한 감사에서는 ‘전반적으로는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비교적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 감사에서는 보 안쪽의 수질악화 우려를 지적하는 평가를 내놨다. 박근혜 정부 초기 감사에서는 수질악화 외에 가격담합 입찰이 지적됐으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실시된 4차 감사에서는 경제성 부족과 함께 홍수피해를 막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까지 나왔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4대강으로 녹조라떼냐, 사업을 하지 않고 흙탕물(침수)이냐, 그 둘 중 하나 아니냐’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낙동강 유역에서 성장한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강 바닥을 준설하고 강 둑을 높인 뒤 대형 보를 설치함으로써 홍수와 가뭄을 예방한 것은 확실하고, 보로 인해 물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수십조 원을 들여 만든 보를 없애자는 소리야 원래 말도 안되는 정치적인 주장이지만, 이 물난리 와중에 4대강 사업을 안 한 곳이 피해가 컸다는 야당의 주장도 적절하지 못하다. 이 기회에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조사와 평가를 하자는 문 대통령의 언급도 여야 공방을 부채질하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만 해도 하동과 합천 등지 주민들은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로 망연자실해 있다. 여야, 청와대 모두 소모적 논쟁은 그만 하고 피해복구에 집중하자.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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