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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젊은 날의 초상

이은정 시인, 등단 14년 만에 첫 시조집 ‘서걱이다’ 발간

기사입력 : 2020-08-13 08:35:29

지난 200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에 당선돼 등단한 이은정 시인이 14년 만에 첫 시조집 ‘서걱이다’ 출판 소식을 전해왔다. 시인은 등단 후 아내로, 직장인으로, 주부로 열심히 살아오며 내려놓았던 문학의 열정을 지금 다시 꽃피우고 있다.

‘서걱이다’는 애잔한 추억의 반추다. 젊은 날의 회상곡이다. 누군들 이런 경험이 없을까. 그래서 소야곡을 듣는 것처럼 커피잔을 앞에 놓고 혼자 이 작품을 읽으며 공감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부의 연을 이룬 사람도, 이미 다른 인연으로 떠나보낸 사람도 한때의 충격과 전율을 한 청춘의 사건으로 편입시켜 객관화된 눈으로 이 작품을 읽는다면 한층 더 아름다운 추억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의 고통을, 그때의 달콤함을 어제처럼 환기하면서….


‘너와 나 사이에 서걱이는 그 무엇은/색색의 마음 닮은 낙엽이 그러하듯/속이 빈 현악기처럼 아픈 소리를 낸다/가을은 잔물결로 속삭이는 실비로/그렇게 다가와 스치듯 지나가고/잠깐만 한눈팔아도 나를 잃어버린다/너와 나 사이에 뜨겁던 사랑도/몇 번의 이유 없는 소리로 서걱거렸고/우리가 하나일 때도 가을은 가끔 슬펐다/ (‘서걱이다’ 전문).

해설을 맡은 이우걸 시인은 “이은정의 시집을 읽으면 어느 여고생의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의 시적 시선은 선하고 담백하고 따스하다. 고사(古寺)를 노래하거나, 산문을 노래하거나, 혹은 이별을 노래할 때도 세상의 그늘을 찾기 위해 아프고 추악하고 슬픈 사건을 복잡하게 끄집어내어 난도질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김종민 기자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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