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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독립운동가 괴암 김주석 선생

25년만에 공로 인정받았지만 기념관은 4년 만에 문 닫을 판

괴암 김주석 선생 정부 서훈 2년째 운영비 지원 없어 기념미술관 방치

기사입력 : 2020-08-13 21:22:24

대한민국이 독립 75주년을 맞이했으나 공적을 인정받은 뒤 잊혀져 가거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독립유공자들이 있어 정부가 이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해 경화동 출신으로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지역 1세대 화가인 괴암 김주석 선생(1927~1993)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지역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일제치하이던 1944년 동급생들과 학우동인회를 결성해 항일운동을 하다 헌병대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았고, 해방 이후에는 46년간 도내 초·중·고에서 교편을 잡는 등 우리나라 해방과 국민 계몽에 힘썼다. ★관련기사 7면

괴암 김주석 선생
괴암 김주석 선생

선생은 생전에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지만, 2016년 전점석 괴암 김주석기념사업회 이사가 관련 서류를 확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기념사업회와 유족들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국가보훈처에 검증을 받으면서 선생은 2018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유족과 기념사업회는 선생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게 되면서 선생의 공적이나 경남지역 독립운동 역사가 재조명 받고 널리 알려지길 기대했으나 오히려 선생은 잊혀져 가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올해 ‘괴암 김주석 항일독립운동 서훈 2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선생의 유지를 잇고자 만든 김주석 기념미술관을 계속 운영하려고 하지만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특히 선생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기 위해 선생의 생가를 개조해 2016년 12월 개관한 기념미술관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김주석 선생의 큰 사위이자 기념사업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진씨에 따르면 단발성 전시회·포럼 등 김주석 선생 기념 행사는 창원시 지원으로 개최하지만, 기념미술관은 재정 문제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김주석 선생 생가를 개조해 만들어진 김주석 기념미술관.
김주석 선생 생가를 개조해 만들어진 김주석 기념미술관.

김 부회장은 “가족·제자들은 김주석 선생님의 애국정신과 혼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후대에게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자 기념미술관을 개관했다. 평소에 가족들이 미술관 문을 열어놓고 청소 등 관리를 해왔는데, 요즘은 가족들 건강과 시간 문제 등으로 미술관 문을 자주 열지 못하고 있다”면서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독립운동가가 작성한 자료가 훼손되지 않고 보존돼 계속 전승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김주석 선생님처럼 보훈 심사 규정을 충족하는 정확한 서류가 없어 서훈을 못 받거나, 뒤늦게 알아 받으려고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독립운동가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김주석 선생님과 같은 또 다른 사례가 발굴돼 널리 알려지고 독립운동의 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한얼 기자 leeh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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