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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항쟁 격랑, 추리소설에 담다

임재도 작가, 장편 ‘심판’ 출간

법학 전공·실무경험 바탕 집필

줄거리 속 역사현장 생생히 그려

기사입력 : 2020-09-09 21:45:35

#2000년 봄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던 날 부산 해운대 해변의 한 호텔에서 국회의원 당선자가 피살된 시체로 발견된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당선자를 살해한 혐의로 전격 기소된 피고인. 법정에 선 피고인은 인간의 법정은 그를 심판할 수 없고, 오히려 그가 인간의 법정을 심판하겠다고 공언한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고인의 과거를 둘러싼 불법 공권력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진실의 무게는 점점 더해 가는데….

위 내용은 법률이론과 법무법인에서 다년간 근무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법률추리소설’을 써 온 임재도(사진) 작가의 새 장편추리소설 ‘심판(Sympony in C miner ‘Justice)’의 줄거리다.



임재도 작가

이 소설은 현행 형사소송구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범죄추리소설이 아니다. 독재와 불법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유린당한 한 지식인의 처절한 저항 기록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사법개혁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를 제시한다. 추리소설의 완벽한 구성과 긴박한 전개는 독자들의 예단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비수처럼 간결하고 역동적인 문체로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소설은 해운대, 태종대, 다대포, 중앙동, 광복동, 용두산공원 등 부산 전역과 작가가 설정한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진다. 시간적 배경은 부마항쟁이 유발되는 1970년대와 2000년을 교차하며 진행된다. 소설의 구성은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와 범인의 체포, 검사의 기소, 법원의 공판과 선고에 이르는 현행 형사소송 절차가 뼈대를 이룬다.

작가는 이 뼈대를 중심축으로 법정에서 피고인의 살인동기를 추적하는 과정에 부마항쟁이라는 역사의 한 수레바퀴를 소설 속에 옮겨 놓았다. 1979년 10월 당시 부산대학에서 시발된 격렬한 학생시위와 시민들이 가세한 부산역 광장의 시위, 계엄군의 시내 진입 등 당시 부마항쟁의 역사현장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 놓았다. 부마항쟁의 격랑 속에서 피어나는 주인공들의 순수한 사랑과 우정, 갈등은 너무도 안타깝고 애틋해 눈물겹다.

이 소설의 영문 제목 ‘Sympony in C miner ‘Justice’가 암시하는 것처럼 소설은 교향곡의 악장형식을 빌려 총 4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악장에 표지 삽화로 그려진 사진은 광안리에서 바라본 해운대 마린시티 전경(1악장), 주인공들의 유년의 사랑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낙동강변의 억새꽃밭(2악장), 부산 민주공원의 부마항쟁 조형물에 새겨진 글(3악장),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바라본 영도다리(4악장)라고 한다.

임재도 작가는 창녕 길곡에서 태어나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창원의 법무법인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2011년 시인으로 등단하고, 2017년 ‘제1회 영남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존엄사 문제를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동화적인 필체로 그려낸 장편소설 ‘피터팬, 법정에 서다’, 현행 민사소송 구조에 따라 친일청산과 친일재산의 귀속 문제를 다룬 장편추리소설 ‘코리아타워’ 등이 있다. 이 외에 시집 ‘공감여행’과 시소설(Poetic Novel) ‘말미잘’, ‘콜럼부스의 관’ 등 다수의 중·단편소설과 시를 각종 문예지에 발표했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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