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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천년다리- 이종훈 (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0-09-14 08:06:15
이 종 훈 정치부 부장

마창대교나 거가대교는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해상교량이다. 웅장한 주탑과 높은 상판은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규모와 기술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다리가 3만 5000여개 있다. 길이는 3667㎞로 전체 도로 연장의 3.3%를 차지한다. 경남지역에는 4100여개가 있다.

▼하지만 이 다리 개수는 차량이 통과하는 도로상의 다리이며 냇가, 계곡, 건물 등을 연결하는 인도교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개가 넘을 것 같다. 다리를 만들게 된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냇가에 살던 사람이 물을 건너기 위해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것이 시작일 것이다. 그러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돌을 이용하게 됐고, 현재까지 이르러 현수교, 사장교 등 다양한 형태의 다리를 만들고 있다.

▼석재 구조물에 생명력을 찾아볼 수 없는 다리이지만 제각각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조선 개국의 애환을 담은 선죽교부터 6·25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한강대교 등 역사적 상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성수대교 붕괴 등 사회적인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기도 한다. 창원의 주남돌다리와 진천의 농다리처럼 문화재로 지정돼 귀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경관조명을 가미해 관광상품으로 각광을 받는 명품다리도 나오고 있다.

▼다리는 자신의 등을 내어 주면서 모든 것을 이어주고 물의 흐름을 막지 않고 강과 바다를 연결한다. 그리고 천년을 버티는 지혜도 있다. ‘천년다리’로 불리는 진천 농다리가 대표적이다. 자연에 순응하도록 막돌을 성글게 쌓아 물이 틈새로 수시로 드나들고 홍수가 지면 자연스럽게 다리 위로 물이 넘쳐나도록 만든 것이다. 다리는 편리성뿐만 아니라 희생과 조화, 소통을 상징하는 매개체로서 교훈을 준다. 정치적으로 꽉 막힌 시국,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천년다리’는 어디에 있을까.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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