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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정부 부동산정책 왜 실패했나- 양영석(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20-09-14 21:54:20

경제 교과서에 배운 대로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생활편익, 교육, 일자리 등이 유리한 대도시 집중현상으로 지난해 수도권 인구 비중이 처음으로 50%대에 진입한 2589만명으로 집계됐다. 사람은 몰리는데 비해 땅이 비좁고 주택 공급도 원활치 않으니 수도권 집값이 오를 밖에.

여기에 수요와 공급의 왜곡현상이 더해졌다. 수요·공급 이론은 시장 참여자의 합리적 사고를 전제로 하는데 가수요가 붙은 것이다. 가수요는 수요의 욕구가 아닌 이익 개념의 욕구다.

경기침체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고 코로나19 창궐로 모든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있는데 최근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가수요가 시장 가격을 왜곡시켰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이럴 경우 정부가 즉시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부동산대책도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은 폭등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이 급등한 곳만 뒤쫓으며 틀어막는 땜질식 처방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취득, 보유, 양도 전 과정에 대한 중과세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 강화는 부동산 폭등에 견줘 강도가 약했고 시기를 놓친 측면이 있다.

다주택자·단기 거래에 대한 세제를 강화한 7·10 부동산 대책의 경우 세율이 낮고 대상자가 적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최고세율(6%)을 적용받는 대상자가 극소수고, 수십억원 하는 아파트 재산세가 몇백만원에 불과하다면 누가 집을 팔겠는가. 세제를 좀 더 강화해 부동산 투기를 하면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부동산 공급 확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여기저기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규제 일변도라고 질타하며 공급대책을 내놓아라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이는 본질을 흐려 이득을 취하려는 투기세력들과 기득권층의 기만전술일 수 있다. 시세가 10억원 하는 아파트가 즐비한 곳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건립해 분양해봐야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열풍만 불 게 뻔하다.

여태까지 분양 위주의 수도권 공급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주택 공급은 공공임대로 국한시켜야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부동산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은 수도권지역에서는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정부 부처, 국회, 청와대 등 모든 공공기관을 전국 곳곳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세종시에만 공공기관을 집중시키는 것은 또 다른 서울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행정 편의·효율성을 저해한다는 말은 핑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 본사는 제주도에 있다.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잡을 해법이 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결단과 실행이다.

양영석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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