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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문화재보호법의 그늘 - 이종구 (김해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09-15 21:48:09

김해 대성동은 사방에 사적(史蹟)이 널려 있어 금관가야 시대는 물론 현재 김해의 최중심부라 할 수 있다. 주변의 대표적인 사적으로는 서상동 수로왕릉과 대성동고분군이다. 수로왕릉은 이름 그대로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능으로,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됐고, 대성동고분군은 3~5세기 무렵 금관가야 시대 왕과 왕후들의 무덤으로, 1991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김해시는 이들 유적지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야유적지를 역사·문화·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이곳을 최대한 원형으로 되살리는 가야사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야유적지 구간 중 단절된 구간의 복원을 위해 교육시설인 김해교육지원청과 김해서중, 김해건설공고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대성동을 비롯한 주변 일대는 김해시는 물론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2000년 전 화려했던 금관가야의 옛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김해가 가락국의 도읍지라는 데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가야사 복원사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다. 대성동과 주변 일대는 땅만 팠다 하면 가야시대 유물이 쏟아지면서 문화재보호법 적용대상 지역이 돼 이곳 주민들은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행사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대성동고분군에 올라보면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옛 김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질 무렵 석양은 정말 아릅답다. 하지만 대성동고분군 코앞에는 주변경관과 너무나 부조화스럽게 낡고 오래된 작은 아파트가 눈에 띈다. 3층짜리 3개 동인 대성아파트(연립주택)다. 85㎡ 면적 69가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지은 지 35년이 지나 심하게 노후돼 주민들이 재건축을 원하고 있지만 문화재보호법에 막혀 재건축을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일반인들이 외부를 봤을 때도 노후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히 기초가 내려앉는 현상이 발견돼 주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주민들은 노후돼 안전을 위협하는 이 아파트의 재건축을 원하지만 현행 법령으로는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곳은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허용기준안 가운데 7구역이 적용돼 ‘기존 건축물 높이만큼’만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적용해 재건축을 하면 기존 3층짜리 아파트를 헐어 똑같은 높이의 아파트밖에 지을 수 없다. 물론 김해시가 주민들의 딱한 사정을 반영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하면서 부대의견을 달면 층고를 일정 부분 높일 수는 있을 것이다.

주민들은 10층 내외 높이의 아파트로 재건축을 원하고 있다. 이는 대성아파트보다 대성동고분군과 더 인접한 2곳 아파트의 층수가 각각 최대 8층, 15층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2곳 아파트는 문화재보호법상 현상변경허용기준안이 적용되기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대성아파트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고 대성아파트 주민들에게 현행 법을 들어 재건축하려면 기존대로 3층짜리로 지으라고 하는 것도 올바른 행정이 아니다.

김해시는 2000년 전 찬란했던 금관가야사 복원을 통해 김해를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재도약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에 막혀 노후된 주거지에 대한 올바른 정비를 할 수 없다면 역사·문화도시는 몰라도 관광도시로 도약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해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된다.

이종구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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