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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저도 시범개방 1년 어땠나

복잡한 입장 절차·부실한 자원개발…저도의 저조한 성과

코로나 등 악재로 개방일 132일뿐

기사입력 : 2020-09-16 21:10:14

1년 전인 오늘. 거제시 동쪽에 자리 잡은 작은 섬 저도가 일반인에게 첫 공개됐다. 저도는 1972년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로 지정된 이후 47년 동안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던 섬이다.

저도가 대통령 별장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1950년대 해군이 지은 별장을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자주 찾으면서부터다. 이후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바다 청와대란 뜻의 ‘청해대’라는 공식 명칭을 붙이면서 일반인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다.

거제 시민들은 저도를 눈앞에 두고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도 출입이 통제된 이후 저도를 다시 돌려받는 일은 거제시민들의 염원이었다. 거제지역 시민들과 단체들은 그동안 저도 반환 운동을 벌이며 어선과 유람선 20여척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금단의 섬 저도에 시민들이 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것은 47년이 지나서였다. “저도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으로 지난해 9월 17일 드디어 첫 탐방객이 저도에 발을 디뎠다.

1년 전인 지난해 17일 대통령의 휴양지인 거제시 저도가 47년 만에 일반인에 시범 개방된 모습./경남신문DB/
1년 전인 지난해 17일 대통령의 휴양지인 거제시 저도가 47년 만에 일반인에 시범 개방된 모습./경남신문DB/

◇반쪽뿐인 시범 개방= 시범개방 1년 동안 저도가 문을 연 기간은 132일 뿐이었다. 매주 월·목 정기휴일과 동·하계 정비기간 말고도 악천후에 코로나 19까지 겹쳐 365일 가운데 233일이 문을 닫았다. 이 기간 저도를 찾은 탐방객은 5만5044명뿐 이었다. 하루 평균 417명이 저도를 찾은 셈이다.

거제시가 실시한 저도 관광개발 타당성 조사에서는 1년에 6개월 개방했을 때 31만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개방일이 적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또 소유·관리는 해군과 국방부가 맡고 탐방객 관리는 거제시가 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따른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이 저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입도절차를 거쳐야 했다. 저도 관광을 원하는 시민은 먼저 유람선사에 예약하고 명단을 작성하면 해군이 이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 입도를 승인해야 비로소 저도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상 저도 개방의 실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도가 갖고 있는 자연 풍광과 ‘대통령 별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가져다주는 관광흡인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거제시가 지난 6월 저도 탐방객 855명에게 설문한 결과 기억에 남는 장소로 산책로와 연리지광장이 1, 2위에 꼽혔으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대통령 별장에 대한 관심이 저도 방문의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관리주체 이원화로 입도 까다롭고

스토리텔링 등 관광자원화 부재

‘대통령 별장’ 매력 요소 못살려

시 “본개방 맞아 장기적 계획 수립”


◇스토리텔링 등 마스터플랜 수립 절실= 거제시는 시범개방 기간 동안 탐방로를 정비하고 벤치와 난간 등 편의시설을 일부 설치했다. 또 해군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접안시설 공사에 들어가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거제시는 부족하나마 탐방객들이 지적한 불편사항들은 개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제시는 탐방객 관리에만 힘을 썼을 뿐 스토리텔링과 마스터플랜 수립에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거제시가 시범개방 기간 1년 동안 본개방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개방되지 않은 저도는 식생이 잘 보존돼 있는데다 대통령의 휴양 섬이라는 이점을 갖고 있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데도 거제시는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거제시가 실시한 ‘저도 개방 및 관광개발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저도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 대통령 활동과 관련된 활동내역 등을 조사하고 이와 연동한 다양한 스토리텔링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저도는 자연, 인문적 관점의 여러 자산들이 어우러진 ‘종합 야외 박물관’ 성격을 가진다”며 “이를 발굴하고, 규명해 지속화 시켜갈 수 있는 방법 찾기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시범개방 기간에는 관광객을 맞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에 매진했다면 본개방이 시작되는 현시점부터는 저도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장기적인 방안과 플랜들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1년간의 시범개방 기간을 끝낸 거제 저도가 입도 인원이 늘어난 조건으로 오늘부터 본개방에 들어간다.

행정안전부·해군·국방부·거제시 등이 참여하는 저도 상생협의체는 16일 저도 본개방 조건을 협의한 결과 1200명이던 1일 입도 인원을 1800명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개방 일수도 주 5일에서 주 6일로 늘렸으며, 해군의 동·하계 정비기간도 5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실제 저도에 입도할 수 있는 날이 250여 일로 크게 늘어났다. 김성호 기자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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