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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일기 쓰기와 난중일기 - 김승봉 (통영문인협회회장·시조시인)

기사입력 : 2020-09-16 21:24:20

중학교 때 시작된 일기 쓰기를 지금까지 써 오고 있다. 담임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내 글쓰기의 기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학창 시절의 생활일기에서 점차 작업일기로 변해버린 아쉬움은 있지만, 책꽂이에 잠겨 있는 일기장은 내 생의 내력을 알 수 있다.

훗날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때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 역시 지나간 일기장을 뒤척이며 그때그때의 수산물 동향과 가격, 포장방법, 물때, 날씨 등 지금의 사업에 많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기는 많지만 그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이순신(1545-1598)은 선조9년 식연무과에 급제, 무관으로 승진 좌천 파면 복직 등 파란만장한 무인 생활 중 1591년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도 통제사로 제수되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 한산대첩 안골포 부산포 등 23전 23승 해전사를 기록하며 나라를 지켰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시작되면서 쓰기 시작하여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까지 7년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국보 76호로 지정되어 아산 현충사에 소장돼 있으며 2013년 세계 유네스코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본래 일기의 이름이 없었다. 1795년 정조 19년 이충무공전서를 편찬하면서 편의상 난중일기라는 이름을 붙여진 이름이다. 총 7권과 부록 1권으로 되어 있으며 전쟁 중에 체험담을 진솔하고 서정적으로 쓰여진 일기 형식의 수필이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진중 생활과 국정에 관한 솔직한 감회, 수군 통제에 관한 계획, 전쟁 중의 비망록, 자신의 일상생활 등 인간 이순신의 모습과 생각이 기록되어 있어, 당시 조선 사회의 모습과 조선 수군의 상황을 연구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이처럼 일기는 하루를 보낸 일을 깊이 반성하고 또 생각하며 정리함으로서 미래에 대한 계획과 자신을 발견하고 자연의 이치를 깨달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취해진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계획하고 실천할 때 오늘날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김승봉 (통영문인협회회장·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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