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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 파업 예고… 물류 대란 오나

추석 물량 폭증, 벌써 배송 지연

전국 기사 4000명 21일 파업 예정

기사입력 : 2020-09-17 21:10:31

코로나19 사태 속에 곧 있을 추석도 비대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택배 물량이 폭증하고 있다.

17일 추석 연휴가 2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당장 택배 배송이 평소보다 며칠씩이나 더 지연되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강모(29)씨는 지난 12일 아기 기저귀를 인터넷으로 주문했지만 이날까지 받지 못했다. 그는 같은 상품을 평소 토요일 오전에 주문하면 다음 주 월요일이나 늦어도 화요일엔 배송을 받았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3일 넘게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11일에 다른 이커머스업체를 통해 주문한 칫솔세트는 주문 6일 만인 이날 오후에 받았다.

강씨는 “코로나 사태로 인터넷 주문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태 택배가 이렇게 늦게 온 적이 없었다”며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배송사에 추석 물량이 늘었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석에 고향 방문을 자제하라 해서 친정도 못 가는데 추석 선물을 보내는 것도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택배 물동량은 약 16억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지난 한해 물량은 약 28억개였다. 국토부는 매년 추석 성수기에 택배 물량이 10% 이상 증가하는 것에서 올해는 최소 30% 이상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운송·배달노동자 추석연휴 물량폭증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택배노동자들이 14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운송·배달노동자 추석연휴 물량폭증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상황이 이렇자, 택배 기사들이 과로를 호소하며 파업도 예정하고 있어 물류 대란도 우려된다. 올해 전국 택배 기사 7명이 과로사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문제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000여명의 택배 기사들이 21일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남에선 300명 넘는 택배 기사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주요 택배사의 택배 기사는 4만여명, 경남에선 택배 기사 등 종사자가 2911명으로 집계된 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 규모가 그리 크진 않다. 다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배송에 일부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황성욱 전국택배연대노조 경남지부장은 “고객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우리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라며 “택배 기사들의 바람은 하루 몇 시간씩 공짜 노동을 하며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 문제만 책임을 지고 개선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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