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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팔도명물] 안동간고등어

간 볼 필요 있나요… 맛·건강 다 챙겨간 고등어인데

기사입력 : 2020-09-18 08:01:55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진 안동간고등어.

고등어는 꽁치, 청어와 더불어 등푸른생선의 대명사로 불린다. DHA, EPA 등 몸에 좋은 성분은 매우 잘 알려져 설명이 더 필요 없을 정도다. 400년 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온 생선인 고등어는 동국여지승람과 자산어보, 세종실록지리지 등 고서적에도 고도어(古刀魚), 벽문어(碧紋魚) 등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우리 민족 음식문화와 오랜 역사를 함께 한 생선임이 틀림없다.

이런 고등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가 바로 우리나라 내륙지역인 경북 안동에서 생산하는 ‘안동간고등어’다. 최악의 경제난을 가져온 IMF로 중소기업 잿더미 속에서 지난 2000년 탄생한 안동간고등어는 창업 20주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숙질 줄 모르고 인기를 얻는 안동간고등어의 탄생과정과 인기비결을 들여다본다.

영덕 황장재와 청송 가랫재를 넘어온 고등어는 솜씨좋은 간잽이들을 만나 안동 챗거리장터에서 염장을 하고 안동간고등어로 변신한다.
영덕 황장재와 청송 가랫재를 넘어온 고등어는 솜씨좋은 간잽이들을 만나 안동 챗거리장터에서 염장을 하고 안동간고등어로 변신한다.

◇1000리길 거쳐 탄생한 안동간고등어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조선시대 때 고등어는 달구지에 실려 바닷가에서 산간내륙으로 옮겨졌다. 지금은 매일 부산공동어시장을 통해 원료 고등어를 사들이지만 그 옛날에는 동해안 영덕에서 출발해 영덕 황장재와 청송 가랫재 두 고개 고등어 길 300리를 넘어서 안동 신시장에 다다를 즈음이면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마찬가지로 서해안 천일염이 부산에서 소금 배에 실려 낙동강 뱃길 700리를 거슬러 강 상류로 올라온다. 그 소금 배의 최종 나루터가 안동시내 개목나루다. 더 이상은 강물이 가파르고 급류라 상류로 더 올라갈 수가 없다.

이렇게 고등어와 천일염이 1000리를 거쳐 내륙 깊숙한 안동에서 만나게 된다. 영덕에서 안동으로 옮겨 오는 과정에서 고등어가 상하기 시작하는 곳도 안동이다. 지금처럼 냉장고가 없던 시절인 만큼 내륙 깊숙이 더 운반해 가자면 상하지 않도록 갈무리를 해야 했던 것이다. 때문에 간잽이들이 생선의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치는 염장작업이 필수다. 등 넘어 재 넘어 온 바다 생선 고등어가 내륙 특산생선 ‘간고등어’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렇듯 안동은 바다와 내륙을 잇는 지리적인 특성에 의해 생선염장업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됐다. 안동간고등어의 고소하고 감칠맛은 어느 한순간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입맛에 딱 맞게 다듬어진 ‘대를 이어온 우리의 맛’이다.

경북 안동지역 양반상에는 빠짐없이 올랐던 안동간고등어의 모습.
경북 안동지역 양반상에는 빠짐없이 올랐던 안동간고등어의 모습.

◇‘저염식’ 현대인 입맛 맞춰 브랜드화 성공

올 추석을 보름여 앞둔 최근 안동간고등어는 명절특수를 맞았다. 요즘은 전 임직원이 생산라인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주문량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냉장고 보급과 교통수단 발달로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던 안동간고등어가 2000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특산화, 전국화되면서 그 옛날 명성을 되찾아 20년을 이어오고 있다. 안동간고등어의 명성 회복은 국내 처음으로 공장형 간고등어 생산라인을 연구개발한 권동순(61) 씨의 향토 음식 브랜드화 작업으로부터 출발했다.

권씨는 시장 어물전에서 재래식으로 생산되는 간고등어를 양산체계인 공장형으로 새롭게 바꾸고, 위생적인 포장방식 개발과 함께 전통 염장공정도 현대화했다. 다시 말해 간고등어를 만드는데 종래의 생선보관용 염장에서 생선 맛내기 염장방식으로 일대 전환한 것이다. 특히 40년 간잽이로 명성이 높던 이동삼 선생을 발굴해 간판 모델로 내세우고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겸했다.

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되기 전인 2000년대까지 안동간고등어가 뱃자반 형태의 짠 독간잽이였다. 독간잽이는 고등어에 왕소금을 쳐 놓아 시간이 갈수록 짠맛이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금방 간을 한 얼간잽이는 간이 삼삼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 웰빙시대를 겨냥해 잔여 염장 소금을 털어내고 냉풍숙성을 추가하는 저염식 얼간 염장방식으로 상품화에 들어간 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주효했다.

안동간고등어를 생산하는 간잽이 중 가장 명물로 통했던 고 이동삼 선생이 안동간고등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안동간고등어를 생산하는 간잽이 중 가장 명물로 통했던 고 이동삼 선생이 안동간고등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국내 대형 유통매장 입점… 연간 20t 수출도

2000년 1월 안동간고등어는 출시되자마자 전국 유명백화점으로부터 납품주문이 쇄도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 뉴코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대도시 유명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월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은 빠짐없이 입점했다.

또 홈쇼핑과 쇼핑몰에서도 앞다퉈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납품되고 있는 유통업체는 400여 곳에 이른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경매로 받은 고등어가 안동간고등어로 변신해 이른바 국민 생선으로 등극하게 된 기반이기도 하다.

이때 삼성경제연구소는 안동간고등어가 운송, 유통, 판매, 포장 등으로 연계된 업계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 등 전반적인 경제유발 효과와 브랜드 가치를 1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안동시가 의뢰한 한국능률협회는 안동간고등어 순수 브랜드 가치를 116억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단일 특산품으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었다.

2011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33차 APEC 중소기업회의에서 글로벌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바 있는 업계 선두주자 ㈜안동간고등어는 해외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안동간고등어는 지금도 미국, 일본, 중국에다 연간 10t~20t을 꾸준히 수출하고 있다.

안동간고등어 제품
안동간고등어 제품.

◇안동간고등어 최고의 조리법은 ‘숯불구이’

안동간고등어가 브랜드화된 이후 다양한 조리방법도 함께 소개됐다.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무조림, 풋고추와 다진 마늘이 잘 어우러져 구수한 찜 요리, 고추장을 발라 굽는 고갈비에다 푹 삶아 뼈를 발라내고 갖은 채소를 넣고 끓이는 간고등어 해장국도 일품이다.

특히 노릇노릇 구워내 기름이 자르르 배어나는 숯불구이는 전국 어느 축제에서도 선보일 정도로 안동간고등어 요리 중 최고로 손꼽힌다. 안동에서 간고등어 하면 유명한 음식점으로 단연 예미정이 첫 번째다. 이 식당의 간고등어구이는 숯불에 구워 고소한 맛과 감칠맛이 더욱 도드라지고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매일신문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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