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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에 맞서는 사람들 ⑦ 거제 극단 예도 이삼우 감독

꽉 찬 공연장 꿈꾸며 텅 빈 무대 오르다

서울서 연습실 빌려 준비한 신작

기사입력 : 2020-09-21 20:52:47

“눈을 뜨면 뉴스를 확인합니다. 오늘은 확진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몇 단계로 조정하는지, 우리는 관객들을 언제 다시 만날 수는 있는 건지…”.

거제 극단 예도 연출가 이삼우(49)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는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익숙해진 마스크 착용과 사람들과의 거리두기, 물만 보이면 손을 씻는 자신의 모습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그는 그나마 다행 중 하나가 마스크를 쓰면서 환절기마다 한 번은 앓았던 감기와 이별한 것이라며 담담한 웃음을 지었다.

“연초만 해도 이런 삶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3월에 열릴 경남연극제 준비로 한창이던 어느 날, TV에서 생소한 전염병 코로나가 어쩌구저쩌구할 때도 ‘저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람’ 하며 무심코 지나쳤어요. 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경남연극제가 연기되고 기존에 극단에서 준비하던 정기공연도 연기되고, 결국 우리의 생활 속에도 코로나19가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극단 예도 이삼우 감독이 단원들과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극단 예도/
극단 예도 이삼우 감독이 단원들과 대본 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극단 예도/

이 감독은 당시엔 주춤했던 확장세를 담보로 객석 거리두기를 하며 소수의 관객들 앞에서 경남연극제와 극단의 정기공연을 올렸다. 그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극장 전체가 어두워졌을 때 “저 앞에 그토록 기다리던 관객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공연과 상관없이 울컥하기도 했단다. “다 잘 될 거야. 언젠가는 이 바이러스도 사라질 거야”라는 희망적인 주문을 외던 그는 오히려 그 소수의 관객을 받을 때가 더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여름 ‘밀양 아리랑’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밀양시에서 제작한 뮤지컬 ‘이팝나무 아래에서’를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서울 대학로 연습실에서 땀 흘리며 준비했습니다. 공연이 다가올 즈음 정부 방침에 따라 공연장이 휴관하고 공연도 취소됐습니다. 해마다 열리던 거제예술제도 취소되면서 연습실에서 땀 흘리던 후배 연기자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

대부분 공연이 취소됐지만 그냥 있을 순 없어 비대면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6일 산청에서 경남도민예술단 사업으로 ‘나르는 원더우먼’을 온라인 생중계합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공연계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찾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했습니다. 결국 온라인 영상 중계 등 새로운 시스템과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만날 방법을 찾습니다. 영상을 실시간 중계, 편집하고 베리어프리로 자막과 해설을 삽입해 관객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극단 예도는 그렇게 관객들과 만날 작품을 ‘나르는 원더우먼’ 외 두 작품 더 계획하고 있다.

이 감독은 김해 이루마에서 제작하는 쥬크박스 뮤지컬 ‘당신이 좋아(가제)’의 연출도 맡아 서울, 밀양에 이어 김해에서 공연 준비를 하며 소속 극단 ‘예도’의 작품활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복도 많아 바빠서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말도 듣는다는 그는 반면에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공연에 대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연극을 영상으로 제작해 관객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연극 작업에 있어선 완성이 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극은 3요소인 희곡, 배우, 관객이 있어야 완성되는 것입니다. 배우는, 무대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과 신호를 보내고 관객들은 그 신호에 응답하는 호흡을 무대로 돌려 보내줍니다. 그 호흡들이 만나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 연극을 영상으로 보낸다는 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더 힘든 분들을 위해 다시 연습실로 향합니다. 그동안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려는 자신을 다잡게 만들어 줍니다. 언젠가 다시 극장에서 만날 소중한 관객분들이 더 지치지 않도록….”

코로나19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이삼우 감독은 “각종 공연·행사 취소로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는 무대장치나 음향, 조명 등에 관련된 사람들의 어려움도 돌아봐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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