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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쳤어요”… 마음에 켜진 ‘빨간불’

경남정신건강복지센터 ‘코로나 우울’ 상담 2만2200여건

확진자·격리자·가족·일반인 등 불안·무력감·스트레스 호소

기사입력 : 2020-09-21 21:28:35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어요. 저만 힘든 거예요? 제가 유난히 약해서 그런가 봐요.”

코로나19로 마음이 힘들어 정신건강센터에 전화를 해 상담을 받는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이들에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결코 당신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라고 조언을 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우울증’으로 일컫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계속 늘고 있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A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심리 지원 및 상담을 받았으며, 격리자였던 B씨는 “왜 내가 격리를 당해야 하느냐”고 상담을 받았다.


자료사진./픽사베이/

코로나가 지속될수록 마음의 고통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마음(심리) 방역’ 실천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전서경 경상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건강증진팀장은 “내가 겪는 불안이 누구든지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감정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마음이 조금은 안정될 수 있다”며 “주변 사람들과 마음의 고통을 나누거나 전문 상담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결코 멀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 도내에서 최근까지 코로나 확진자나 그 가족, 격리자, 격리자 가족 등 정신건강센터에서 심리지원을 받은 사람이 전체 2만2200명을 넘었고, 주변의 확진이나 격리 여부와 상관없이 심리지원을 받은 일반 도민도 2만명에 육박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코로나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등 심리상담과 심리지원이 진행된 건수는 2만2218건이다. 확진자가 164명, 확진자 가족 39명, 격리자 2351명, 격리자 가족 143명, 기타 일반인 1만9521명이었다. 전화상담 1만7744건, 대면상담 4417건이었다. 이는 경남센터와 각 시군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진행한 상담 및 지원 건수다.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며 심리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감염병 재난은 어느 개인의 문제가 아닌 누구나 힘든 시기이기 때문이다.

경남도가 지난 4월부터 6월 초까지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경남도민 정신건강조사에서 도민 79.7%가 정서적 불안감을 경험하고, 38.8%가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들은 자신의 감염(71.4%)보다 가족감염에 대한 두려움(82.7%)을 더 크게 느끼고 있고, 비일상성 경험에서 주변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63.7%)도 높았다. 도민들은 전문가의 심리 상담이 정서적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심각하지 않아서(48.1%)’,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35.5%)’ 등의 이유로 상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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