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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노후자금- 양영석(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20-09-24 19:55:32
양영석 경제부장·부국장

빌 게이츠·워렌 버핏의 기부활동에 영감을 준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척 피니(89)가 최근 남은 재산을 모두 기부하면서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평생 기부한 금액은 80억달러(9조4000억원)인데 아내와 은퇴 후 생활을 하기 위해 200만달러(24억원)만 따로 챙겨두었다고 한다. 구순(九旬)을 앞둔 피니 부부가 1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면 두 사람의 1년 노후 자금은 2억4000만원(한달 2000만원)인 셈이다.

▼지난 2017년 국민연금연구원 노후보장패널조사에서 부부 합산 최소생활비는 월 176만원, 적정생활비는 월 243만원이다. 60세 부부가 은퇴 이후 20년을 준비할 때 월 소비 243만원, 물가상승률 연 2%, 운용수익률 연 3%를 가정한다면 현재 필요자금은 약 5억3000만원이다. 최소생활비 176만원을 산입하면 3억8000만원이 필요하다. 그래도 서민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문제는 20년보다 더 오래 살게 될 경우다. 지난 2018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7세지만 오는 2100년 기대수명은 92.5세로 OECD 평균인 90.7세보다 길다. 수명이 늘어나 10년을 더 살게 된다면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적정생활비는 2억3000만원이 늘어난 7억6000만원이 필요하다. 노후자금으로 이렇게 큰돈을 모아둘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 가지 기댈 것은 국민연금인데 노후 적정생활비에 한참 못 미치고 은퇴시점과 수령시점의 공백기가 너무 길다. 금융권에서는 젊어서 금융자산을 차곡차곡 쌓고 은퇴자산을 투자해 평생소득을 만들라고 하지만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직장인들에게 뜬구름 잡는 얘기다. 더 서글픈 것은 노후자금에 대한 인식차다. 노후자금 24억원을 챙겨놓고도 빈털터리라고 하는 부자를 보며 최소생활비도 마련 못한 빈자와 격이 다름을 절감한다.

양영석(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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