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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을에 더 바쁜 도의원- 조영제(경남도의원)

기사입력 : 2020-10-20 20:02:29
조영제 경남도의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를 끼고 있지만, 맑고 찬 기운이 몸속에 퍼질 때면 상쾌한 청량감에 마음은 벌써 자연으로 향해 간다. 들녘의 곡식들과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으로 사람들을 유혹할 가을 산을 생각해보면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게 한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여러 모임들이 취소됐지만, 예년 같으면 각종 야유회와 축제들이 전국 곳곳에서 개최돼 일상에서 즐거운 일탈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도의원들은 이런 즐거움을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매년 11월에 있을 도청과 도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및 예산심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의원들에게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니라 검토하고 분석할 서류는 많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서고마비’의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가 속해 있는 교육위원회의 경우, 10명의 교육위원들이 도교육청과 각종 직속기관, 1650여개에 달하는 학교와 42만여명의 학생과 4만6000여명에 이르는 교원 및 교육공무원 등 방대한 조직과 인력에 대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약 5조4000억원에 달하는 교육청 예산까지 심의·검토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도의원 혼자 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그 심적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많은 의원들이 주말도, 늦은 밤도 잊은 채 분주히 뛰어다니곤 한다.

이런 도의원들의 의정활동에 각종 정책적 도움을 주기 위해 작년부터 우리 의회에서는 정책지원관 12명을 선발해 운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9명의 전속 보좌 인력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다행히 이번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지방의회에서도 정책지원인력을 대폭 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꼭 이것이 통과돼 의회가 집행부를 잘 견제하고 감시하게 해 도민들의 복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도의원들도 의정활동에 전념을 다하면서도 때로는 마음 한켠에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기대해 본다.

조영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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