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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생활·주거…‘청년의 삶’ 전체 고민해야

[기획] 청년이 산다 경남이 산다 (4) 경남, 청년과 함께 살아가려면

기사입력 : 2020-10-22 21:29:31

정부가 매년 20조원 이상의 예산을 청년정책에 투입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정책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당장 몇 년 사이에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리라는 희망이 가득 찬 상황도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청년’이 정책의 대상으로 등장한 역사가 짧아 단편적인 정책이 존재하고 있을 뿐, 그마저도 현재까지는 배제된 청년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지역의 현실은 더욱 어렵다. 핵심산업의 쇠퇴와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데다 당장 일부 청년들이 지역에 터를 잡는다해도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 기반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청년과 함께 살아가는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 등으로 먼저 청년들의 관심을 사고 이를 통해 지역으로 청년을 유입시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청년을 행정 중심에 두고 청년 삶 전체를 이해하는 청년정책들이 고민되고 시행돼야 한다.

지난 8월 열린 경남도-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정책플랫폼 회의. 경남도 관계자와 청년들이 제안사업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경남도/
지난 8월 열린 경남도-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정책플랫폼 회의. 경남도 관계자와 청년들이 제안사업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경남도/

◇청년 스스로 찾는 매력있는 지역= 청년 관련 정책을 연구하거나 집행하는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청년층의 특수성이다.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과 달리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 머무르고 싶은 지역 등에 대해 단순히 제공되는 정보는 거르고 스스로 얻은 정보 등을 바탕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정보나 단편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끌어오는 데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청년이 사는 경남을 꿈꾼다면, 청년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지역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경남으로 유입되는 청년층이 대부분 U턴 청년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거 기반이 마련돼 있고 정착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운 U턴 청년 외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오는 I턴, 지방에서 도시를 거쳐 고향이 아닌 지방에 자리 잡는 J턴 등 청년유입을 더 확대시켜 나가려면 경남만이 가지는 매력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경남연구원 김유현 박사는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청년층 특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이끄는 산업이 경남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경남은 과거의 청년에 매우 매력적인 지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현재의 청년들에게 사회진출은 축복이 아닌 전쟁터고 또 경남은 2016년 후 중심산업이 크게 쇠퇴하며 더이상 매력적인 지역이 아닌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현재의 청년들에 맞춰 그들에게 익숙한, 원하는 부가가치의 산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에 지역을 알리는 일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청년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알리고 이 같은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청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청년유입을 위한 프로젝트성 정책들 펼치는 동시에 청년이 오는 지역과 머무르는 지역, 또 함께 살아가는 지역으로의 진화를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나가야 한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경남에서도 최근 청년의 생활안정과 주거지원과 다양한 계층의 청년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경남 청년 7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 7조례는 청년창업지원조례, 프리랜서지원조례, 청년문화예술인지원조례, 청년생활안정지원조례, 청년주거지원조례, 개인형이동수단지원조례, 청년공간설치조례 등 청년과 관련된 7개 조례다.

김유현 박사는 일자리 개념을 확산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해결하고 동시에 청년들이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청년의 생활안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누구나 선호하는 일자리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청년이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엔 청년들의 삶 안정이 담보돼야 자유로운 선택 보장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청년층이 중년층이 되고 또 여기서 새로운 청년층이 생성되는 순환과정을 놓고 보면 경남도정 전반에 걸쳐 청년층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정책 참여·네트워크 구성 등 필요= 청년이 경남을 선택했고, 또 경남에서의 삶을 원한다면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또 사회전반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돼야 한다.

단순한 거주의 개념이 아니라 지역에 융화돼 지역의 일원으로 지역문제를 고민하고 환경을 변화시켜나가는 데 주체적인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이 청년을 지원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청년 역시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변화에 역할을 하는 양방향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청년네트워크는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다. 이미 서울, 부산, 대전 등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예산 편성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청년정책네트워크’가 구성돼 있고 경남에서도 지난 2018년 11월 청년정책을 주도한 경남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지난 2018년 출범한 경남 청년네트워크./경남도/
지난 2018년 출범한 경남 청년네트워크./경남도/

1기는 권리보호, 일자리, 생활안정, 능력개발, 문화, 청년참여 등 6개 분과에서 청년정책에 대한 모니터링과 정책을 제안하는 시민참여 기구 역할을 했고 올해 1월 출범한 2기는 명칭을 청년정책네트워크로 바꾸고 인구, 주거, 사회적경제, 금융 등 분야별 분과를 구성해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논의와 해결책을 마련해 도지사에게 직접 제안할 예정이다.

김유현 박사는 “지역이 청년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고, 사회혁신 등의 형태로 이에 뛰어들겠다는 청년의 의지가 매칭이 된다면 지역과 청년이 서로 윈윈하는 결과가 실현될 수 있다. 지역은 청년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루고 청년 역시 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거나 지역공동체에서 소속감 등을 충족할 수 있다. 단 이 과정에 앞서 청년을 수혜자가 아닌 시민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진형익 전국청년네트워트 대표

“인구유입용 정책 한계 뚜렷…지역 청년 행복이 가장 중요”

진형익 대표
진형익 대표

-여러 지자체에서 청년 모셔오기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할까. 또 현재의 유입정책 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먼저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년정책과 청년을 유입하기 위한 청년정책은 구분돼야한다. 유입을 위한 청년정책은 결국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정책인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또 지역간의 청년유입 경쟁이 계속해서 과열되기만 한다면 경국 경남내에서도 시·군간의 경쟁을 만들 수밖에 없는 한계성이 분명하다.

시각을 청년문제 해결로 바꾼다면 지역의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청년정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인구의 관점이 아닌 청년의 삶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지역 청년들의 삶이 개선되는 청년정책이 만들어지고 수립되고, 지역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행복해진다면 타지역으로의 유출도 줄 것이고 지역으로 다시 돌아올 확률도 높아지는 동시에 타지역에서도 청년인구가 유입될 것이다.

-경남은 청년이 살아가기에 어떤 곳인가. 장점이나 또는 한계점에 대한 견해는.

△경남은 제조업의 위기로 현재 20~30대 인구 유출이 큰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경남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의 청년들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업,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거나 관련 분야를 개척해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의 경남은 다양한 일자리 욕구를 가진 청년들의 수요를 충족시킬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청년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전국 최초로 광역단위의 청년특별도를 선언했고 청년정책추진단을 신설했다. 경남 청년특별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청년정책 등이 걸음마 단계다. 실제 지역 청년들이 체감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하나.

△청년도 직접 참여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어려움만을 토로하고 지자체와 행정이 알아서 해주기를 기대하면 어려움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다. 청년들이 스스로 정책 입안, 결정, 집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행정과 청년층이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한다면 청년도 행정도 체감하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이지혜 기자 jh@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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