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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 조영제(경남도의원)

기사입력 : 2020-10-27 20:37:04
조영제 경남도의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했던가! 막상 마지막 글을 쓰려고 하니,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러하겠지만, 고향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유년시절을 같이 보낸 부모형제와 친구들에 대한 추억일 것이다. 그래서 고향은 역설적이게도 현실이 아닌 추억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삶의 터전으로 삼으며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부모 형제자매가 그분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며 고향을 과거완료가 아닌 현재진행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으면서, 작은 돌맹이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애정을 가지며 고향의 가치를 발견하고 보존하고 있다.

그러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고향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우리 경남에 산재한 가야 고분군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남은 가야의 옛 터전으로 김해의 금관가야, 고성의 소가야, 합천, 함양 등의 대가야 등은 비교적 일찍 발굴이 이뤄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함안의 아라가야는 6가야 중의 하나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크게 관심 받지 못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함안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거의 10년 만에 가야읍 소재 말이산고분군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대상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말이산 고분군의 경우 가야읍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지속적인 개발 압력이 있었지만, 이것의 가치를 알아본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보존됐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할 것이다.

이에 국가에서도 가야문화권을 기존의 고구려, 백제, 신라와 차별화된 고대왕국으로 인식하면서 가야역사문화특별법을 올해 제정해 가야왕국의 실체를 규명한다고 한다. 특히나 우리 경남도의회 10대 때부터 숙원사업이었던 이 법률이 통과돼 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이제 이 법이 시행되면 경남에 산재한 가야 유적들도 경주나 부여의 그것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비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위대함이 있었다는 점 역시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조영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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