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80대 장애인 활동보조사 나이 많다” 관리자가 장기 대기시켜 ‘사실상 해고’

밀양 느티나무장애인부모회 소속

‘공식 해고’ 아닌 탓에 구제 못받아

기사입력 : 2020-11-17 21:25:40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랬지만 또 다른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세상에 이런 ‘대기 상태’가 어디 있습니까.”

지난 10일 밀양시의 자택에서 만난 김정자(81·여)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김씨와 (사)느티나무장애인부모회 밀양시지부(이하 장애인부모회) 사외이사인 신인규씨에 따르면, 김씨는 보조금을 받아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부모회 소속 활동보조사로 일하다 “나이가 많아서 못 쓰겠다”는 관리자 말 한 마디에 장기간 대기 상태의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

김씨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장애인부모회에서 일을 시작, 지난해 4월까지는 주 3회 3시간씩 일을 하다 그해 5월부터는 주 6일 하루 8시간씩 일하면서 장애인을 돌봤다.

그는 “근무 10개월 무렵이었던 지난해 7월 초 장애인부모회 팀장으로부터 유선상으로 오전 근무만을 명령받았고, 며칠 뒤에는 ‘다른 일할 사람이 있다. 연락을 기다려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 7월 15일에 직접 찾아가니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며 구두로 근로관계를 끊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잃은 김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재심까지 각각 신청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해고’ 여부를 놓고 김씨와 장애인부모회 사이 나눈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있어서 다툼이 존재한다는 취지에서다. 장애인부모회 측에선 ‘해고’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수급자와 연계가 되지 않았기에 ‘대기 상태’로 전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수급자가 거부해 나를 대기 상태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새 수급자가 연결되기 전까지 무한정 대기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수급자와 연결이 되지 못하면 더 이상 업무를 맡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을 연계하지 않고 ‘대기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갑질’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장애인부모회 대표는 17일 통화에서 “수급자가 교체를 먼저 요청했다“며 ”이 경우 활동보조사는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수급자의 선택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업 특성에 따른 것일 뿐이다”고 반론했다.

도내 한 지역의 장애인부모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급자가 원치 않는 경우 활동보조사의 생계를 위해 약 2주 시간을 두고 서비스를 종료한 후 고용유지를 위해 3~4차례 또 다른 수급자와 매칭을 시도하는 게 통상적이다”며 “이 과정을 거치고도 매칭이 안 될 경우 사직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신인규씨는 “대표의 눈 밖에 나지 않아야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부당한 일을 겪고도 입을 열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