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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기사입력 : 2020-11-18 20:00:55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정부의 김해신공항 사실상 백지화 결정 이야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X자식들”이라는 욕설과 함께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소리쳤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의 격앙된 반응은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예산 증액을 추진한 데 대해 국토교통부가 난색을 표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이 통과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17일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해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혀, 김해신공항 추진안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 지방선거부터 부산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강력 주장해온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검증위은 이날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안전,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본적인 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비행절차 보완 필요성, 서편유도로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 사업 확정 당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던 사항들을 검증과정에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증위 발표에 대해 야당은 ‘여당의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국책사업 뒤집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자당 소속이었던 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문제로 치러지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반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국토부의 팔을 비틀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야당의 주장처럼 검증위 발표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박근혜 정부 때 확정됐던 김해공항 확장안이 검증위 발표처럼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면 동남권신공항 후보지를 백지에서 새롭게 검토해야지 부산 등 일각에서 가덕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은 선후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2016년 6월 국토교통부가 프랑스 공항입지 선정전문기관인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해 진행한 타당성평가 용역결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817~832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밀양 640~722점, 가덕도는 495~678점으로 가장 낮았다. 총리실 검증위가 어떤 정치적인 이유 없이 ADPi보다 훨씬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전제하더라도 김해공항 확장안이 안전 등에서 문제가 많다면, 차순위로 밀양신공항 안은 왜 아무도 언급 않는지 알 수가 없다.

김경수 지사조차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위 결과를 존중한다’고 운을 뗀 뒤 “새로운 동남권신공항은 동남권을 동북아 물류 허브로 만들 수 있는 공항이어야 한다. 특히 환적 화물 기준 세계2위 물동량을 자랑하는 부산신항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하고, 항공 화물 운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24시간 운항이 가능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공항은 현재로서는 가덕도가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직전 경남지사들과 다른 의견을 내놨다.

기자가 가덕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결정방식이 너무나 비민주적이고 정파적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정말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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