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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김포족과 포김족- 이준희 (사회부장)

기사입력 : 2020-11-23 07:56:09
이 준 희 사회부장

매년 11월 이맘때면 집집이 겨울 김장김치 준비로 분주하다. 김장 날이면 온 가족이 동원돼 한바탕 김장 전쟁을 치른다. 각종 양념에 고춧가루를 섞어 벌겋게 버무린 양념을 절인 배추에 ‘쓱쓱’ 문지르면 맛있는 한 포기 김장김치가 된다. 달고 아삭한 노란 배춧속을 찢어 잘 익은 수육과 함께 먹는 별미는 김장 날에만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추억이다.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이 바로 ‘김치’다. ‘한국사람은 김치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김치 사랑이 얼마나 유별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치에 관한 첫 기록은 중국 사서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나온다. “고구려인은 채소를 먹고 소금을 이용하며 젓갈 담그기에 능하다”고 기록돼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2013년 12월 5일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언제부턴가 김장철의 흔한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김포족(김장을 포기한 사람)과 포김족(포장김치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고유의 김장 문화도 변하고 있다. 한 김치 전문회사가 주부 28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김장 계획’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2%가 김장 포기를 선언했다. 대신 포장김치를 구입해 김장을 대체하겠다는 답변이 62.6%를 차지했다. 주요 이유로는 고된 노동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으로 김장 재료 구입비용을 꼽았다.

▼유네스코는 우리의 김장을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공동체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성과물을 모두가 공유하는 전통이야말로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라고 본 것이다.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정(情)으로 표출되는 한국인의 심성과 품앗이를 통한 소중한 문화유산인 김장 풍경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준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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