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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림의 푸르름이 우리 경제의 푸르름 - 이판수 (경남과학기술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기사입력 : 2020-11-26 21:00:56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아쉬움이 남은 듯 울어대는 풀벌레들의 소리, 산과 들에 만개한 억새와 갈대가 깊어가는 가을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시간에 대한 겸손함을 배우게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자 본성이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속에 자연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인위적이며 급진적인 변화로 우리의 삶과 자연에 큰 피해를 주고 배움을 기억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한때 일부 인간들의 욕심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전쟁 용재 확보를 위한 수탈로 파괴되고 동족 간의 전쟁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그것마저 모두 잃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을 되살려내었다. 또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도 함께 이뤄냈다. 이곳이 푸르러야 우리의 삶과 경제 역시 푸르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문명과 문화의 발전 역시 이곳이 푸르렀을 때 발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수많은 생명이 우리와 어울여 들숨과 날숨을 공유하고 있으니 이곳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인공지능(AI)과 4차산업의 기술적 진보의 시대에도 여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은 보통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자연재해, 천재(天災)라고 하지 않고 사람으로 인한 재해, 인재(人災)라고 부르며 피해 역시 그 어떤 재해보다 심각하고 이것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 역시 사라진다.

이것은 세계 초강대국이라 일컫는 미국조차 속수무책이며 전 세계적으로 이것을 방지하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으나 쉽지 않다. 또한 이것의 원인이 급격한 기후변화라고 하지만 이것이 발생함으로써 수억t의 이산화탄소가 다시 공기 중에 방출되며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이른바 되먹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것의 정체는 예상했겠지만 바로 ‘산불’이다.

산불은 주로 매년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철까지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한여름을 제외하고 모든 시기에 발생하다. 특히, 우리나라 산불은 미국이나 호주처럼 자연발생적 원인보다는 산림 주변의 민가나 논밭 등에서 시작되는 실화나 방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악, 지형적 특수성까지 더해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매우 광범위하며 걷잡을 수 없다. 또한, 역설적으로 울창한 산림은 사람의 힘으로는 쉽게 산불을 진압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산불은 예방만이 최선이다. 일단 발생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이를 위해 성냥과 담배 등 인화성 물질은 될 수 있는 대로 소지하지 않도록 하며 취사는 반드시 허용된 지역에서만 해야 한다. 또한 산림과 인접한 논밭의 소각 작업은 반드시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며 소각 작업 중 불씨가 산림으로 퍼지지 않도록 미리 조치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이판수 (경남과학기술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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