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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오아시스- 이종훈(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0-11-30 21:21:14

사막은 불모지, 죽음, 고행 등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물이 귀한데다가 기온도 높고 황량한 모래만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부(富)가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면 생각은 달라진다. 캘리포니아 3대 산업인 농산업과 축산업, 광산업 발상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 라스베이거스도 이곳에 있다.

이 도시는 1829년 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뒤 처음엔 서해안으로 가는 길목의 오아시스 도시로 출발했지만 ‘신기루’ 같은 존재였다. 1931년에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이 후버 댐 공사를 시작하면서 카지노와 휴식시설을 갖춘 도시 모습으로 발전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길을 열면서 캘리포니아의 ‘오아시스’가 된 것이다.

사막이 없는 대한민국 경남 창원에도 ‘오아시스’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창원시가 추진해 만든 온라인 교역 플랫폼이다. 창원의 ‘오아시스’는 지난 11월 세계 화상(華商·중국계 경제인)을 온라인으로 불러 모아 교역이 여의치 않아 목말라 있는 기업인의 갈증을 일부나마 해소하는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수소버스와 굴착기, 장갑차 등 대형 제품 등이 오아시스에 등장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 산업을 대표하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를 통해 화상 기업에게 선보이면서 척박한 ‘코로나 19 사막’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창원시와 부울경중화총상회가 주축이 되어 지역 행사전문가와 업체가 참여해 만든 지역중심의 세계적 행사라는 점이다. 이는 창원의 오아시스가 대한민국의 오아시스, 전 세계의 오아시스로 나아가는데 지역업체가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행사 기간 청와대를 비롯한 10개 정부부처 및 관계기관이 오아시스 노하우를 벤치마킹했고, 행사에 참석한 무역협회도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방정부가 해냈다는 것에 대해 깜작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허성무 창원시장도 이번 행사 성과를 브리핑하면서 “내년 정부에서 이런 행사가 있을 때 지역 기업도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어 창원기업 참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창원시와 부울경중화총상회 관계자들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중앙총화상회 회장을 만나 꽌시(관계)를 맺고, 차근차근 추진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화상과 비즈니스 교류가 가능할지, 세계 3대 상단인 화상과의 교류를 정부가 아닌 창원시가 할 수 있을지 걱정어린 시선과 우려 목소리도 많았다. 창원시는 포기보다는 100% 온라인 중심의 새로운 길을 선택해 ‘오아이스’를 창출했다.

오아시스는 흔히 ‘사막의 꽃’이라고 부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실에서 창원의 오아시스는 교역시장의 선구자로 나서 ‘꽃비’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하지만 신기루처럼 휙 사라지는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오아시스가 마중물이 되어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모하비사막의 라스베이거스처럼 코로나19 시대 창원이 대한민국의 오아시스가 되어 방역도 모범적이고 경제도 되살릴 수 있는 ‘꽃길’을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이종훈(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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