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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변곡점에 다다른 빈부 격차- 양영석(논설위원·부국장)

기사입력 : 2020-12-21 20:33:38

국내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에는 조심하면 안전하겠지 했지만 요즘은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내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공동체의 누군가로부터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사치일지도 모른다. 불황으로 일용직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빈곤층은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고,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근근이 버티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도 주저앉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연말 기준 8800만~1억15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하루 생활비 1.9달러(약 2200원) 이하)으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극빈층 수는 7억300만~7억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인구의 최대 9.4%에 해당한다.

당초 세계은행은 코로나 이전 올해 말 기준 전 세계 극빈층을 6억1500만명으로 예측했다.

조사를 시작한 1990년 10억8500만명(전 세계 인구의 36%)에서 지난해 6억3000만명(8%)까지 빈곤층이 조금씩 줄어들었으나 코로나 팬데믹(Pandemic)에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감소 추세가 뒤집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가 더 광범위한 계층을 가난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극빈층에 편입된 인구의 82%가 중간 소득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극빈층이 저학력 농업 종사자들에게서 나왔지만 점점 도시에 거주하는 기본 학력을 갖춘 계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최저 생계조차 위협 받는 인구가 늘어나는 동안 전 세계 슈퍼 리치들은 코로나19를 기회로 막대한 부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4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10조2000억달러로, 4월 초 8조달러에서 2조달러가량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인 2017년 말 8조9000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또한 전 세계 억만장자 수도 2189명으로 직전 최고치였던 2017년 말 2158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금에다 수차례 투자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시장 가치보다 낮게 나온 매물을 사들였다. 지금 당장의 시장 침체·하락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상승장이 도래한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로 인해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부의 집중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수억명의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너무 많이 늘어 대중과 정치권의 분노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대중의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를 독점한 1% 부자들에 저항해 미국 월가를 점령했던 ‘우리가 99%다’ 시위를 넘어서는 극심한 저항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부의 불평등은 소비 위축, 대외 의존도 증가, 경제 성장률 저하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집단의 이득 참여 기회를 제한해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조세 누진성 강화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부자와 빈자가 공멸하지 않고 같이 사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양영석(논설위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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