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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로나 연말- 강지현(편집부장)

기사입력 : 2020-12-22 19:53:40

이제 세상은 BC(Before corona·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코로나 이후)로 나뉘었다. ‘AC 원년’인 올해, 처음 맞는 ‘코로나 연말’의 풍경은 낯설고 생소하다. 불과 1년 전, BC 사람들이 식당이나 술집에서 송년회를 하며 지인들과 떠들썩하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면, AC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집밖이 아닌 집안에서 가족들과 조용하게 연말을 즐긴다. 이제 밀폐·밀접·밀집 ‘3밀 환경’은 방역의 적이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3차 대유행 확산으로 내일부터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면서 연말 회식은 꿈같은 일이 됐다. 때문에 올 연말은 모임 대신 집에서 홈파티로 아쉬움을 달래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달고나 커피와 크로플(크루와상+와플) 만들기로 집콕의 무료함을 달래던 이들은 밀키트(meal kit·가정 간편식)로 파티음식을 차리고, 홈텐딩(홈+바텐딩)으로 칵테일을 준비한다.

▼송년회 형태도 바뀌고 있다. 보고 싶은 사람끼리는 ‘간접 만남’을 갖는다. 이른바 ‘줌(Zoom·화상회의 프로그램) 송년회’. 마시고 싶은 술과 안주를 각자 준비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화면 앞에 앉아 대화하며 술을 마시는 ‘랜선 술자리’이다. 전북 장수군의 ‘비대면 송년회’는 따뜻하다. 한 해 동안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칭찬 글로 고마움을 나누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구입한 먹거리를 전달해 가족과 함께 즐긴다.

▼암울한 코로나 연말, 식물 ‘이끼’에게 지혜를 빌려본다. ‘이끼와 함께’라는 책에 따르면 이끼는 다른 식물들처럼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조금의 빛과 물만 있다면 어디서든 살아간다. 그러다 빛과 물이 부족해지면 활동을 접고 조용히 물을 기다린다. 일상을 견딜 ‘빛’과 ‘물’이 부족해진 지금은 이끼처럼 힘을 아껴둘 때다. 훗날 코로나라는 구름이 걷히고 물을 만나 다시 활짝 피어나는 일상을 찾을 때까지. 매서운 ‘코로나 한파’를 버텨내고 있는 모두에게 응원을 보낸다.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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