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마약거래 갈수록 은밀하게 진화… 제2·제3의 범죄조직 생겨날 것”

[인터뷰] 김대규 경남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거대 조직 검거 후 유사 마약상 출현

기사입력 : 2021-01-10 20:34:53

“마약범죄 조직은 마치 메두사(머리에 뱀이 우글거리는 그리스신화의 괴물)를 상대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를 잘라냈는데 또 다른 머리가 생겨나는 거예요.”

경남경찰청은 최근 국내 최대 마약상을 비롯한 거대 마약 조직을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벌써 텔레그램 등 SNS상에선 익명을 이용해 이들과 유사한 제2의 마약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마약 범죄는 현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마약 조직을 검거한 수사팀을 이끈 김대규(사진) 마약범죄수사계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마약 범죄가 나날이 조직·치밀·은밀화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면서, 범죄 근절을 위해 사회적인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규 경남청 마약범죄수사계장
김대규 경남청 마약범죄수사계장

‘이벤트 캔디 7개 남았어요’ 수사는 텔레그램 등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약 판매 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는 데서 시작됐다.

김대규 계장은 “마약 판매상은 코로나의 아픔에 통감한다거나 비대면, 할인 판매를 한다며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었다”며 “대다수 젊은 사람들이 처음은 호기심에 접근을 했다가 실제로 마약을 손에 넣게 됐다. 마약의 중독성을 이야기할 때,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적발한 조직은 경찰에서 여태 검거한 사례 중 최대 규모였다. 김 계장은 그럼에도 국내 마약 거래 범죄는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마약 거래는 범죄 수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뿌리 뽑히질 않고 있다”며 “우리가 텔레그램 아이디인 ‘마약왕 전세계’나 ‘바티칸 킹덤’ 등 국내외 마약상들을 적발했지만 벌써 이들을 사칭하는 범죄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제2, 제3의 범죄 조직은 계속 생겨날 것이다”고 우려했다.

마약 범죄 조직이 점점 방대해지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 역량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진다. 경남청은 지난해 8월부터 마약 거래류 단속을 위해 ‘다크웹 전문수사팀’을 운영하는 등 자체 수사력을 통해 전국적인 사건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 계장은 “경남 경찰은 올해부터 옛 마약수사대를 총경을 대장으로 하는 광역수사대 소속 마약범죄수사계로 개편해 수사 역량을 더 강화하고 있다”며 “경찰은 수사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진화하는 마약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의 유해성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지역사회 노력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재경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