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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기로 망가진 동생 인생, 어떻게 보상할 건데요”

[진주 여고생 피해자 가족 분통]

기사입력 : 2021-01-21 21:33:26

고3 여학생을 전신마비에 빠뜨린 진주버스 ‘칼치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1개월 만에 피해자 가족들이 가해자 가족들을 법정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1심에서 금고 1년이 선고된 뒤 항소심이 진행되자 합의해달라며 찾아온 것이다.

21일 오후 2시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이정현 부장판사) 심리로 관련 항소심 2차 공판이 열렸지만 사고 합의 문제가 진척이 없는 탓에 10분 만에 종료됐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부에서 지금 어떻게 (합의 문제를) 주재를 할 수가 없다”라며 “일단 법정에서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피해자의 아빠와 두 언니, 가해자의 아내와 두 형이 법원 법정동 앞 길거리에 같이 섰다.

가해자 형은 법정을 찾은 이유를 “항소도 진행이 되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용서도 구해야 하고. 우리가 피해자들한테 금전적으로라도 보상이 되면 해줘야 할 필요도 있고. 염치없이 사는 사람들도 아니고, 다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가해자는 사고 이전) 교통법규 위반을 한 번도 안 했다. 그만큼 순진하게 살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 언니는 물었다. “아저씨 뭐라 그러셨죠. 뭐 최소한 금액도 주고 싶다고요. 제 동생 스무 살도 안 된 애가 대학도 못 가고 인생도 완전 망가졌는데 어떤 돈을 얼마를 주실 거고 어떻게 보상하실 건데요. 그 인생을. 보상이 가능합니까”라며 말했다.


1년1개월 만에 항소심 2차 공판서
가해자 가족들 처음 만나

합의 진척없어 10분만에 재판 종료
가해자 가족 “사죄·보상 마음 있어”


가해자 아내는 “돈을 얼마를 (보상)한들 안 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 언니는 “그래서 아주머니는 어떻게 할 건데요”라고 되물었다.

가해자의 아내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도를 드립니다. 요즘 매일같이 절에 가서 기도를”이라고 답했고, 언니는 다시 “저희는요. 사고 나고부터 지금까지 맨날 맨날 기도해요. 우리 집 안은 파탄이 났어요. 아줌마도 딸이 있으시다고 했죠. 딸이 사지마비됐어요. 어떻게 할거에요. 아줌마는 우리 동생 상태가 어떤지 한번 물어나 봤어요? 딸은 왜 같이 안 왔어요? 아줌마 딸만 소중하고 우리 동생은 안 소중해요? 우리 동생은 지금 병원에 있는데 아주머니가 간병하게요? 아니면 아줌마 딸이 간병한데요?”라 물었다. 가해자의 아내는 “딸은 안 되어도 내가 하겠다”고 했다.

이를 듣던 피해자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런 소리 말고 그냥 가자”며 대화를 끝내 서로 발길을 돌렸다.

가해자 가족은 기자에게 “(가해자가) 원래 표현을 잘 못 한다. 자기도 무서웠다고 한다. 지금도 본인은 사죄할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진주 시내버스와 끼어든 차량 충돌 당시 영상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 시내버스와 끼어든 차량 충돌 당시 영상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피해자 가족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가해자는 1심이 끝나고 2심 첫 재판에서까지 끝까지 사고를 버스기사 책임으로 전가했다. 지금 경찰 조사에서도 버스 기사는 피해자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가해자 A(60)씨는 2019년 12월 16일 진주시 도로에서 SUV차량을 몰아 시내버스 앞을 무리하게 끼어들다 사고를 내어 버스에 타고 있던 고3 여학생을 전신마비 등 중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는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이지 못해 어머니가 24시간 간병하고 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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