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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서예가와 30의 후원인- 윤영미(서예가)

기사입력 : 2021-01-24 20:27:09

요즘 부쩍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서예가의 행보가 수상쩍어 하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 최근 매우 과감하게 모든 것들을 비워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용기라 말하기고 하고 부럽다고도 했다. 손에 쥔 것을 쉽게 놓지 못하는 두려움 때문인 모양이다. “비워야 다시 채우지요” 한마디를 툭 던졌다.

일과 놀이에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주변을 최소화하고 많은 것들을 스스로 멈추어 버렸다. 직분을 내려놓고, 창작실 재계약을 포기해 공간을 한곳으로 모았으며, 몇 년간 연재하던 글을 멈추었다. 들어오는 강의를 거절했다. 선택과 집중이 지천명(知天命)을 앞둔 서예가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서예가는 2022년 특별한 일을 꿈꾸고 있다. ‘글씨콘서트’의 후작으로 30의 후원인과 만들어낼 규모가 상당할 개인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2년여 준비과정으로 250평의 전시실을 한명의 서예가가 채우는 기록적인 서예전시를 만들어낼 것이다. 서예에서 다루는 모든 영역을 대중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서예의 법고(法古)와 창신(創新)을 접하게 될 것이다.

최고의 꽃은 서예가를 아끼는 30의 후원인이다. 그동안 서예가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의 애정으로 펼쳐지는 서예전이다. 그들의 후원금으로 작품전을 준비한다. 서예가는 오로지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래서 그들은 2년 동안 작품 제작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서예가를 위로하고 응원도 할 것이다. 서예가는 그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을 흥분시키기를 열망할 것이다. 전시장 안에서 펼쳐질 ‘글씨콘서트’는 서예가가 기획하는 덤이다.

메디치가문의 역할을 지금은 대중이 함께하기를 원한다. 대중이 한 작가를 키우고 더불어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작가의 열정과 특별함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끌어낸다. 30의 후원인과 만들어낼 어느 서예가의 개인전이 이 시대 또 다른 형식의 문화예술부흥의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란다. 당신의, 당신에 의한, 당신을 위한 서예가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윤영미(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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