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의료칼럼] 고둥의 독소 ‘테트라민’

기사입력 : 2021-01-25 08:01:49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은 복어의 독, 세균 및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고둥(소라를 포함한 말려 있는 껍데기를 가지는 종류)의 독소에 의한 식중독 환자가 가끔 응급실로 내원하곤 한다. 횟집이나 음식점에서 자주 제공돼 우리에게 익숙한 고둥이지만 그 속에 있는 독성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고둥이 가지고 있는 독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고둥이 가지고 있는 독소인 테트라민(tetramime)은 육식성 고둥의 침샘에 들어 있는 독성인 아민(amine)의 일종이다. 테트라민은 열에 안정한 특징이 있어 삶거나 조리해도 독성이 파괴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리 전에 반드시 침샘을 제거하고 조리해야 섭취했을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개별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한두 마리를 섭취해도 독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고둥인 소라는 초식성 고둥으로 테트라민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외에 뿔소라, 백골뱅이, 흑골뱅이, 위고둥, 큰구슬우렁 등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종류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고둥을 ‘소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서 모두 조심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테트라민으로 인한 독성은 섭취 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후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독성 증상은 대표적으로 어지러움, 구역, 구토, 시야장애와 같은 증상 등이 발생하고 매우 드물게 사망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독성으로 인해 증상이 발생할 경우 병원을 내원하더라도 혈액검사, 영상 검사와 같은 검사로는 확인할 수가 없다. 환자분들의 증상도 특징적인 증상이 아니라 구역, 구토, 어지러움과 같은 모호한 증상이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소라의 독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의료진에게 직접 알려주거나 원인을 찾기 위해 병력을 청취하는 중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테트라민 독성에 의한 증상은 대부분 수시간 내에 호전되는 게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별도의 중독 치료가 필요하지 않아서 테트라민으로 인한 증상으로 판단되면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응급실 내에서 지켜보는 정도의 처치를 진행한다. 하지만 의사, 환자가 소라 독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뇌출혈, 경색 등과 같은 중추신경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뇌 영상 검사를 포함한 검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고둥은 우리에게 친숙한 식자재지만 잘못 조리해서 먹을 경우 독성으로 인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직접 구매해서 조리할 경우에는 올바른 손질법을 준수해 고둥의 살 속에 있는 침샘을 반드시 제거하고, 섭취할 때에도 침샘유무를 확인해야 문제없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섭취 후 구토, 어지러움, 구역, 시야장애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고둥을 섭취했던 사실을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진료에 큰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한 얼 (창원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