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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봄방학- 조고운(문화체육뉴미디어부차장대우)

기사입력 : 2021-02-18 20:42:15

봄방학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 2월 봄방학을 없애는 추세라고 한다. 1월에 늦은 겨울방학을 시작한 뒤 3월에 바로 신학기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학사일정 구조조정의 한 방법으로 ‘봄방학 생략’을 택하는 교육계의 움직임이 코로나19로 더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봄방학은 1961년 3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처음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전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4월 신학기제를 도입하면서 3월 진짜 봄방학을 시행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관례화됐던 봄방학의 변화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됐다.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학교장에 따라 학사일정 조정이 가능해지면서 겨울방학을 1월에 시작해 2월 개학 없이 3월에 개학을 하는 학교들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선두주자 격인 세종시에서는 이제 ‘봄방학’이란 말이 아예 사라졌다.

▼학창시절 봄방학은 여느 방학보다 애매하지만 달콤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여름·겨울 방학의 절반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이지만, 부담을 주는 방학 숙제가 없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지난 학년을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는 설레임의 공존하면서 묘하게 떨리는 시기기도 하다. 거기다 매서운 겨울의 끝에 맞는 ‘봄방학’이란 단어가 주는 위안도 있었다.

▼온 세상이 코로나19로 긴 겨울의 터널 속에 멈춰 있는 듯한 막막한 가운데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안전 논란 등 아직 많은 숙제가 남아 있지만 백신은 현재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듯하다. ‘봄인 듯 아닌 듯 방학인 듯 아닌 듯’한 ‘봄방학’ 후에 진짜 봄이 오는 것처럼, 백신을 둘러싼 혼란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정말 코로나19 종식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봄이 오지 않은 시기에 봄방학을 맞이하듯, 백신에 대한 숙제가 많이 남은 시간에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해 본다.

조고운(문화체육뉴미디어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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