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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경남 멍때리기 좋은 곳

머리 아플 땐 … 물멍·숲멍·바람멍 … 생각 비우기

기사입력 : 2021-02-18 21:02:11

지난해 2월 20일 경남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끝모를 터널을 정신없이 지나다보니, 내일(20일)이면 어느새 1년이다. 급작스런 재난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우울’ 현상을 부른 지도 오래다. 외부활동 제약에 따른 답답함·무기력증, 나도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코로나19 정보·뉴스에 대한 집착, 주변 사람들을 향한 불신이 끝없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면서 사람들 마음에 병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침착할 때에는 이것저것 많이 생각하지만,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수록 생각하는 양과 시간이 늘어난다.”

2010년 9월 국내 출판된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에 나오는 구절이다. 가끔은 생각을 버리고, 멍때리는 쉼표가 있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라면 더 그렇다. 리미트를 찍은 뇌를 비롯한 몸과 마음에 재충전이 필요하다. 멍 때리기 같은 짧은 휴식이 기억력과 학습력, 창의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뇌 휴식을 위한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뇌 휴식을 위한 멍때리기를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바쁜 일상속에서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뇌는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바쁜 일상속에서 혹사당하는 현대인의 뇌는 그 어느 때보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봄은 ‘멍때리기’ 좋은 계절이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절기상으로는 이미 봄이다(입춘 2월 3일). 한파가 한풀 꺾이면 바쁜 일상을 잠시 제처두고, 걱정과 시름을 접어두고, 잠시 멍~하게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멍때리기도 방법과 멍이 잘 때려지는 장소가 있다. 숲멍, 불멍, 물멍, 바람멍, 바다멍, 파도멍 등이 그러한 방법으로 추천되곤 한다. 울창한 숲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 잔잔한 강가, 탁 트인 전망이 있는 곳 등은 좋은 장소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잊고 있던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자연 요소들이 많다.

먼 곳을 가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서 자신만의 ‘멍때리기 존’을 찾는 게 좋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경남의 멍 때리기 좋은 곳’을 일부 추려봤다.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대훈 기자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 해안변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 가포해안변공원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산82)

가포해안변공원에서는 탁트인 바다와 마창대교가 마주보며 바다멍과 파도멍에 빠져들 수 있다. 전망대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걷기도 좋다. 바닷가로 내려가 찰랑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 소리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면 생각을 멈출 수 있다. 이곳에는 터줏대감 길고양이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멍 때리고 있다. 그 옆에 살포시 앉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공원의 정자 아래 급식소도 차렸다. 고양이 선배의 지도 아래 멍 때려보는 재미도 있다.

창원 파도소리길
창원 파도소리길

△창원 파도소리길(해양드라마세트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석곡리 산183-2)

해양드라마세트장에서 시작하는 창원파도소리길은 해안 절경을 따라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 숲길로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중간중간 벤치가 그곳에 앉아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풍에 날려보내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거제 바람의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

△거제 바람의 언덕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산14-47)

거제 바람의 언덕에선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멍에 빠져들기 좋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로 바닷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온다. 벤치에 앉아 바닷바람을 맞다보면 절로 멍해질 수 있다. 바닷가 쪽으로 쭉 벋은 언덕 위의 갈색 풍차도 유명하다. 언덕 정상에선 풍차가 돌아가는데 풍차 속도를 보면 바람의 세기도 헤아려볼 수 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바다와 해안절경도 바다멍을 때릴 만큼 눈길을 끈다.

양산 법기수원지
양산 법기수원지

△양산 법기수원지

(양산시 동면 법기리 345)

양산 법기수원지는 숲멍에 젖어들기 좋다. 침엽수림인 측백나무와 편백을 비롯해 높이 30~40m에 달하는 개잎갈나무, 둑 위에 있는 수십년 된 반송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댐마루로 가는 숲길 양쪽에 늘어선 개잎갈나무와 편백나무 숲에 들어가면 빽빽하게 들어선 큰 나무들로 낮에도 숲이 컴컴할 정도다. 숲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숲을 바라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차분해진다. 피로감 해소에 좋은 피톤치드 효과도 볼 수 있다.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경남신문 DB/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경남신문 DB/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

(고성군 고성읍 이당리 592)

고성 갈모봉 산림욕장은 70㏊ 임야에 수령 30~50년생의 편백이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다. 편백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도 가득하다. 굳이 길을 따라 산을 오리지 않아도 곳곳에 마련된 평상과 벤치에 앉아 멍하니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1주차장에서 600m 정도 떨어진 소금쟁이 쉼터까지 오르면 10여개의 넓은 평상과 야외탁자, 정자 등이 마련돼 있어 더 편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직접 챙겨온 베개를 베고 평상에 누워 산림욕을 즐기는 방문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창녕 길곡수변공원
창녕 길곡수변공원

△낙동강 수변공원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여러 수변생태공원을 가면 잔잔한 강물을 볼 수 있다. 계절마다 선보이는 다양한 식물들이 강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다보면 내 마음을 흔들림은 오히려 잦아드는 기분이다. 체육시설, 자전거도로, 산책길, 오토캠핑장 등도 갖추고 있어, 자전거 라이딩이나 캠핑을 목적으로 와서 잠시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기 좋다. 창원에는 북면수변생태공원와 동읍 본포수변공원, 창녕에는 남지수변공원, 학포수변생태공원, 길곡수변생태공원, 밀양에는 명례강변공원, 김해에는 달무리 수변공원, 양산에는 가산수변공원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멍 때리기와 관련해 팁을 하나 드리자면 멍 때리기 준비물은 없다. 다만, 깔고 앉을 돗자리나 휴대용 의자가 있다면 더 편하게 멍 때릴 수 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해안변 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해안변 공원에서 안대훈 기자가 뇌 휴식을 위한 멍을 때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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