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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관계 불법촬영 피해자 정신적 고통 더 클 것”

도내 불법 촬영 근절 대책 시급

“생활공간 안전하지 않다” 불안감 커

기사입력 : 2021-02-18 21:17:54

도내 불법 촬영 범죄가 계속 발생하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평소 가깝거나 두터운 신뢰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부터 불법 촬영 범죄가 잇따르면서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가 가중돼 불법 촬영 근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창원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근무하는 20대 남성 A씨가 1년 6개월 동안 남녀 공용 탈의실에서 여성 직원 등 20명을 불법 촬영한 사실이 18일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A씨의 불법 촬영을 알게 된 이후 “동료들에게 친절하고 평범했던 사람인데, 불법 촬영을 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했다”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일부 피해자들은 A씨와 평소 근무 이후에도 함께 어울리는 등 가깝게 지냈던 만큼 큰 트라우마(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김해의 한 고등학교, 창녕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내 여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가해자가 평소 학생 등 피해자들과 두터운 신뢰 관계에 있던 스승으로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이 일기도 했다.

불법 촬영 피해자를 치료·상담하는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피해자는 대중들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평소 신뢰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부터 불법 촬영 범죄를 당할 경우 영상이 불특정 다수는 물론 다른 지인들에게도 유포됐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심할 경우 다니던 직장·학교를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멈추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입니다./픽사베이/

이정화 창원여성의전화 대표는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충격도 크지만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이 안전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도 클 것”이라며 “이러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직접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은 물론 대부분의 일반 여성들도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창원의 한 정신과 전문의는 “불법 촬영 피해를 입으면 가해자 또래 남성에 대한 기피증, 사회부적응, 대인기피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고, 일상 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와 학계에서는 잇따르는 불법 촬영 범죄 근절을 위해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불법 촬영의 위법성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윤자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창녕 중학교 불법촬영 교사의 1심 재판에서 판사는 징역 1년 구형보다 높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는 등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가해자가 단순 취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처벌 강화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혁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형량을 늘릴 경우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피해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락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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