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획] 경남 코로나 발생 1년 변화와 나아갈 길 (3) 위기에서 미래교육을 준비하다

‘비대면 수업’ 혼란 컸지만… ‘미래교육 준비’ 앞당겼다

지난해 2월 21일 도내 학생 첫 확진 판정

기사입력 : 2021-02-21 20:53:24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몰아친 변화는 교육계에도 예외없이 엄청난 변화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번갈아 진행되면서 미처 준비되지 못한 학교 현장은 물론 학부모들도 혼란에 빠졌다.

방역이 최우선 되면서 대면수업 대신 비대면 원격수업이 대응책으로 시행됐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가 불러온 일 년간 교육현장의 위기는 오히려 감염병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면 교육 공백 등을 대비해 미래교육 준비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사상 초유의 4차례 등교 개학 연기… 혼란의 학교=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0년 1월 3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시에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린 이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경남은 한 달 뒤인 2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빠르게 확산했다. 경남지역의 첫 학생 확진자는 경남지역 확진자 발생 하루 뒤인 2월 21일 발생하면서 경남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경남교육청은 곧바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3월 2일이었던 각 학교의 개학 시기는 3월 9일로 첫 연기를 하고, 다시 9일에서 23일로 두 번째 연기했다가, 다시 4월 6일로 세번째 연기를 했다. 좀처럼 상황이 진정되지 않자 추가로 4월 8일까지 연기하는 등 무려 4차례 연기 끝에 4월 9일부터 중·고 3학년 학생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개학을 했다. 4월 16일에는 중·고 1~2학년, 초 4~6학년, 4월 20일부터 초 1~3학년의 개학을 끝으로 유치원을 제외한 초·중·고가 모두 온라인 개학을 했다.


온라인 개학에서 단계적 등교 수업은 5월에야 이뤄졌다. 고등학교 3학년은 5월13일부터, 유·초·중·고등학교의 등교수업은 5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했다. 4차례의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수업일수 및 수업시수 감축, 원격·등교수업 병행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경남 ‘코로나 교육’ 1년

2020년 4월 어색했던 원격수업

지난해 4월 9일 창원 마산의신여자중 수학교사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지난해 4월 9일 창원 마산의신여자중 수학교사가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경남신문 DB/

5월이 되어서야 입학 등교가 시작됐죠

지난해 5월 창원대원초 입학 등교 모습./경남교육청/
지난해 5월 창원대원초 입학 등교 모습./경남교육청/

급식소에선 띄어앉고

지난해 5월 창원 외동초에서 칸막이가 설치된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학생들.
지난해 5월 창원 외동초에서 칸막이가 설치된 급식소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학생들.

등교 땐 발열체크 필수가 됐죠

4차 등교 수업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창원의 한 중학교 현관에서 교사가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4차 등교 수업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창원의 한 중학교 현관에서 교사가 발열체크를 하고 있다.

10월 처음으로 전교생이 등교한 날

지난해 10월 창원시 의창구 용호초 4학년 1반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전교생이 등교한 이날 처음으로 반 학생 모두가 한 교실에 모였다./경남신문 DB/
지난해 10월 창원시 의창구 용호초 4학년 1반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전교생이 등교한 이날 처음으로 반 학생 모두가 한 교실에 모였다./경남신문 DB/

◇한 번도 경험 못한 비대면 온라인 개학= 학교 현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면서 경남교육청도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우선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학급방 플랫폼을 개설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한 스마트패드와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해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에 나섰다.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의 역량을 만들기 위해 연수를 시행하고, 에듀테크 지원단을 구축해 수업을 준비 중인 학교 현장을 방문해 지원도 했다.

하지만 처음 겪는 비대면 수업은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모두 낯설고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초등 저학년은 학습 콘텐츠에 입장하기 어려웠고, 중·고생들도 집중도가 떨어지면서 원격수업 중 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기도 했다. 과목별 수행과제도 많았고 하루 종일 영상 수업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교사들이 활용하는 플랫폼이 수업 시간마다, 과목마다 달라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교사들도 원격수업의 활용에 대한 역량의 편차가 커 일부 교사는 EBS 강의 영상을 틀어주거나 과제만 제출하도록 하기도 한 반면 일부 교사들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도 했다. 또 경남 e학습터 등 시스템이 불안정하거나 쌍방향 수업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원격수업은 출결체크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체육과 음악, 미술 등 신체를 이용하거나 실기를 해야 하는 일부 과목은 몰입도가 현저하게 떨어져 원격수업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코로나 위기에서 배우는 미래교육= 위기는 기회를 낳았다.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의 병행 등 학교 현장의 혼란 속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학교, 지역, 지자체의 노력이 힘을 발휘했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통해 겪은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은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우선 감염병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유기적인 비상 대응 체제가 구축돼 현장 대응력이 높아졌다. 학교 구성원 간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소통문화도 이전보다 활성화됐다. 비대면 원격수업을 시행하면서 정보화 기기 확보와 무선인터넷망 구축 등 디지털 환경 기반도 확충됐고, 도내 모든 학교가 쌍방향 온라인 수업 때 발생할 수 있는 자료분석과 데이터를 확보하기 시작하는 성과도 가져왔다. 각종 회의도 비대면 영상회의로 대체하면서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는 등 효율성도 향상됐다. 이와 함께 경남형 미래교육 지원 플랫폼인 ‘아이 톡톡’이 올 3월부터 전면 시행하게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최적화된 쌍방향 원격수업, 개인 맞춤형 학습 등 대면 수업에 준하는 비대면 원격수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돼 정보격차로 인한 학습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서로 본 경남교육=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간의 대응 과정을 담은 코로나19백서를 발간했다. 경남교육청의 백서는 주로 기록을 남기는 일반 백서들과 달리 코로나19 발생, 확산, 현장의 어려움, 대응, 성찰, 성장, 결론 및 제언 형식으로 구성해 새로운 미래교육을 위해 준비하고 구축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백서 발간의 주축을 담당한 박시동 장학사는 백서를 통해 배운 결론으로 “그동안 경남교육청이 지속적으로 수업혁신, 전문적 학습공동체,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마을 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추진해 왔는데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이 되면서 이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온라인 개학이 되니까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활동했던 교사들이 학교, 개별, 지역, 연구, 동아리별 각자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수업지도에 큰 역할을 했다. 또 경남도청과 경남교육청, 지원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을 통해 방역을 하며 함께 이겨나가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성장하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남교육청이 백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5일까지 도내 교직원, 학생, 학부모 3만78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대응 인식조사 설문 결과에도 잘 담겨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를 묻는 질문에 교직원들은 정보 기자재 및 비대면 수업 관련 프로그램 활용능력 변화(28.5%)를,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학교의 변화 방향 인식(19.1%), 학교 일상에 대한 고마움 인식(16.4%)을 꼽았다.


학생들은 개인위생 철저히 하는 습관(21.5%), 비대면 소통 학습방법을 익힘(17.4%), 친구와 선생님 학교의 소중함 인식(15.7%), 학부모들은 학교의 중요성 인식(26.6%),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16.6%), 기후 위기 등 현안과제에 대한 관심 증대(12.7%)를 꼽았다.

앞으로 경남교육이 중점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한 질문에 교직원은 원격수업을 위한 교사 역량 강화 지원(21.3%),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학습지원(15.4%), 감염병에 취약한 과밀, 과대 학교 해소(13.9%)를 꼽았다. 학생들은 재미있고 알찬 원격수업(23.3%), 취약계층 위한 맞춤형 학습 지원(18.1%), 일상적인 방역체계 마련(12.7%)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원격수업 위한 교사 역량 강화 지원(27.6%), 모든 학생에게 정보화 기기 지원활용 능력 지원(12.0%), 지역사회가 중심 되는 돌봄·방과 후 체제 구축(8.7%)을 꼽았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현근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