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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여성 염증성 질환

기사입력 : 2021-02-22 08:05:36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염증성 질환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체 구조적 특성으로 남성에 비해 발병율이 높으며, 외부 균 감염, 환기가 잘 안 되는 옷을 입었을 때,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주로 발병하기 쉽다. 발생 위치에 따라 크게 질(질염), 자궁 경부(자궁경부염), 그리고 자궁과 난소가 위치하는 골반 내 염증(골반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질염은 질에 생긴 염증을 말하며 주로 세균(가드네렐라균), 곰팡이(칸디다), 기생충(트리코모나스) 등의 감염으로 발병한다. 이외에도 폐경 이후에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위축성 질염이나 이물질의 자극으로 생길 수도 있다. 질염의 증상은 음부의 가려움이나 화끈거리는 통증을 동반하고, 누런색 또는 회색의 분비물이 많아지고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성관계 시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진단은 질 분비물 채취를 통해 이뤄지며 칸디다 질염에서는 하얀색의 치즈 같은 분비물이 보이고, 세균성 질염의 경우 분비물에서 생선 같은 냄새가 많이 난다. 질염으로 진단되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심되는 균의 종류에 맞춰 항생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궁경부염은 자궁의 입구인 자궁 경부에 생긴 염증이다. 자궁경부염의 원인 역시 균에 의한 감염이며, 흔한 원인균으로 클라미디아와 임질균이 있다. 드물게 기생충, 바이러스, 이물질에 의한 자극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보통 노란색이나 초록색을 띠는 점액성 또는 점액화농성의 분비물이 자궁 경부로부터 분비되며, 질 출혈이나 소변을 볼 때 불편함이 느껴질 수도 있다. 진단은 질염과 마찬가지로 분비물을 채취해 검사를 하는데, 정확한 확인을 위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치료는 가장 흔한 균인 클라미디아와 임질균에 효과가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 균들은 성적인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과 함께 치료 받아야 효과가 크다.

골반염은 자궁, 나팔관, 난소가 있는 골반 안쪽으로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보통 질염이나 자궁경부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세균이 자궁을 지나 나팔관을 통해 퍼지면서 골반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요 원인균은 자궁 경부염과 같은 클라미디아와 임질균으로 골반염의 원인 중 75~90%를 차지한다. 증상이 안 나타날 수도 있지만, 발열, 아랫배의 통증, 골반 진찰 시 자궁 경부를 움직였을 때 통증이 유발되는 경우, 평소와 다른 양상의 분비물, 질 출혈 등이 있는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성관계 시 통증이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것도 증상의 하나일 수 있다. 진단은 골반 진찰을 통해 자궁, 난소 등에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분비물의 양상을 관찰한다. 혈액 검사를 통해 염증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초음파, CT, MRI 등으로 골반 내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골반염 치료 역시 여러 원인균에 효과가 있는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며, 성관계를 통해 상대방에게도 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함께 치료 받아야 한다. 만약 염증이 심해 골반 내 고름집이 생긴 경우에는 고름을 빼주는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자궁 경부염이나 골반염은 성관계로 상대방에게 전파될 수 있어 안전한 성생활을 한다면 위험도가 낮아질 수 있다. 염증성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산부인과를 즉시 방문해야 한다. 방치하면 골반 내로 염증이 퍼져 이후 자궁이나 난소 등에 후유증을 일으켜 이후 불임 또는 자궁외임신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조기에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창운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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