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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산 아구찜- 김진호(창원자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21-02-22 20:04:53

마산에서 생겨난 음식이 많지만 그 중에서 아구찜(아구는 아귀의 사투리)이 있다. 아구찜은 1960년대 중반에 마산에서 갯장어 장사를 하던 혹부리 할머니가 어부들이 잡아온 아구에 된장과 고추장, 마늘, 콩나물, 파 등을 섞어 찜으로 내놓은 게 시초다.

▼마산 아구찜은 1981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문화축제 ‘국풍 81’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동동아구할매집’을 운영하고 있는 아구명인 김삼연씨는 아구요리 재료를 머리에 이고 전국 야시장이며 큰 행사장을 찾아 부스를 만들고 아구찜을 홍보했다. 마산 아구찜은 경상도 특유의 화끈한 맛에 기름기가 없어 소화가 잘되는 데다 열량이 낮고 비타민A가 풍부한 점이 알려지면서 당시 충무김밥과 함께 전국의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아구찜은 1970~80년대 마산자유무역지역과 한일합섬 등에서 일하던 여공(女工·여성근로자)들에겐 ‘소울푸드(Soul Food)’이다. 당시 여공들은 아구찜을 먹기 위해 푼돈을 모아 한 접시를 시키고는 5명이 넘게 한 식탁에 앉기도 했다. 적은 월급을 절약해서 남동생이나 오빠의 학비를 대고, 약간의 저축도 하던 여공들에게 아구찜은 쉽게 사먹기 어려운 음식이었다. 이제 중년이 된 그 손님들이 자식들을 데리고 식당을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최근 창원시 농업기술센터 내 농산물가공지원센터가 파프리카 생산농가의 잉여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기 위해 파프리카 분말 가공품을 시범생산하고 있다. 과거 지역 대학에서 아구찜 소스에 파프리카 분말을 첨가하면 풍미가 더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는데 참고했으면 한다. 마산 아구찜이 다시 한번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표준조리법과 신요리법 및 밀키트 개발 등에 나서야 한다. 매콤고소한 아구찜으로 겨우내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려보자.

김진호(창원자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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