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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경남 코로나 발생 1년 변화와 나아갈 길 (5·끝) ‘위드(With) 코로나’ 적응해야

‘각자도생’ 아닌 ‘함께 공존’ 감염병 재앙 맞서자

대유행 대비해 지역공동체로 소통·연대

기사입력 : 2021-02-23 20:21:50

코로나19로 촉발된 지난 1년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감염병이 종식되어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지역사회는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과 언택트·디지털화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급속화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양질의 일자리를 급격하게 줄게 만들었고, 방역조치로 장기간 영업을 못하는 등 많은 이들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과 성차별의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각자도생(alone)’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with)’에 있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체계를 공고히 해나가면서도 정보윤리 측면에서 개인의 자유권 침해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손꼽힌다. 위드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가 공존·공생 시대로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본다.

지난해 4월 창원시 의창구 가고파양장점 이창순 대표가 손수 만든 천 마스크를 주민들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창원시 의창구 가고파양장점 이창순 대표가 손수 만든 천 마스크를 주민들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대표도서관 열람실에 생활 속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경남대표도서관 열람실에 생활 속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민들은 드라이브스루 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한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 피해농가돕기 친환경 쌈꾸러미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민들은 드라이브스루 마켓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사진은 지난해 4월 한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 피해농가돕기 친환경 쌈꾸러미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2월 창원시청 사거리에 연말모임 취소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경남신문 DB/
지난해 12월 창원시청 사거리에 연말모임 취소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경남신문 DB/

◇“자발적인 생활방역과 소통·연대를”=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 감염병 확산 방지와 체계적 관리를 이끌어온 김선주 경남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창원경상대병원 진단의학과 교수)은 앞으로 다가올 대유행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생활방역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지금처럼 생활 속 거리두기에 시민들이 잘 참여한다면 코로나 대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며 “코로나19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자발적인 생활방역 참여와 지역공동체 간 소통·연대를 통한 신뢰 구축이 코로나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올바른 정보를 공유하고 코로나19로 발생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지역공동체가 함께 풀어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고 부연했다.

◇취약한 공공의료 개선해야=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 닥쳐올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취약한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 국립대학병원, 지자체 소속병원, 중앙정부 소속병원 등 총 221곳으로 이는 전체 의료기관 대비 5.5%, 병상은 9.6%로 (2019년 기준), OECD 평균 공공의료기관 비율 65.5%, 공공병상 비율 89.7%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조현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공병원 건립에 7~8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며 지금부터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는 “취약한 공공의료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안전망의 약화를 초래하고 지역 간 의료공급과 건강수준의 불평등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며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적정규모의 권역별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와 지자체 국가보조금 차등 지원방안과 함께 열악한 공공병원 인력·시설의 개선을 위한 투자도 즉각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약한 공공의료, 계층 불평등 초래
권역별 적정규모 보건체계 확충 노력을
확진자 개인정보 보호·활용 시스템 마련도


성 노동불평등 악화 ‘젠더 파트너십’ 구축
성장주의 극복 생태위기 해법 찾아야


◇개인정보보호도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감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인식 전환도 위드 코로나 시대 지역사회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경남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공문서가 지속적으로 새어나간 것은 물론 확진자 동선 공개로 인한 개인 정보 유출 문제로 피해도 적지 않았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황경호 경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공익 목적의 정보 수집이더라도 개인의 자유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확진자 이름, 성별, 나이, 주소 등의 개인정보 외부 유출 사례가 발생한 것은 물론 특히, 일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공익이라는 명분하에 확진자 개인정보 수집, 취급, 이용, 처리 등의 전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개인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개인정보보호·공적정보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야기됐다”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확산 방지 등 공익적 목적의 개인정보 수집, 취급, 이용, 처리 전 과정에서 개인정보 관리·이용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윤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도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공적 목적의 개인정보이용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개인정보보호 관련 교육 강화 등이 담긴 구체적인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코로나 속 여성 불평등 더 심화… 패러다임 전환을= UN이 지난해 10월 전세계 38개국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는 돌봄노동 전담과 일자리 문제 등 여성들이 겪는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혜숙 경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여성들은 이러한 과정에 어떻게 진입하고 ‘새판’을 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심화되는 여성의 노동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노동자 차별과 해고 예방, 안전한 대면접촉 노동환경 조성,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 재평가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시대 성평등 실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성인지적 세력의 역량이 강화돼야 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여성운동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제도권 내에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평등 확산을 위해 혐오와 역차별 정서를 완화하고, 여성과 남성의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인 ‘젠더 파트너십’ 구축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고 말했다.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서익진 경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기존 신자유주의의 자유방임 일변도에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새로운 인식’도 싹틔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가 ‘양적완화’(경기침체로 돈이 돌지 않아 중앙은행이 직접 금융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기조 속에서도 장기침체를 겪은 상황 속에서 코로나라는 ‘돌발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국가의 개입’이 더욱 중요해지게 됐다는 연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이후를 말하기 위해서는 ‘성장주의’ 한계와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기반을 조성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서 교수는 “소득의 불평등이 부의 불평등으로 고착화되고, 코로나19 이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기반으로 한 비대면 사회가 빨리 오면 올수록 일자리는 더욱 줄어 들어 실업문제는 더 심각해질 상황에 놓여있다”며 “경제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회의 불평등이 커지는 만큼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재난 상황 속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하고, 국가의 발권력을 토대로 적극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의 ‘기본소득’제도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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